▲ 아파트 브랜드 ‘블루핀’으로 유명한 대구 지역 중견건설사 ‘홍성건설’이 지난해 8월 성주시 상수도 확장공사와 관련해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해당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 6월8일 청소업무를 하던 하청노동자가 후진하는 굴착기에 깔려 숨졌다. <홍성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상수도 확장 공사 중 청소를 하던 하청노동자가 후진하는 굴착기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원청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13번째 기소이자 10호 선고다. 현재까지 선고된 사건 중 원청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한국제강’ 사건을 제외하면 모조리 집행유예다. ‘판박이 형량’이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유족과 합의” 반복되는 ‘유리한 양형’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정승호 판사)은 17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지사) 혐의로 기소된 경북 경산시 소재 건설사 홍성건설 대표 A(61)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형량만 3건에 달한다. 홍성건설 법인에는 벌금 8천만원을, 하청업체인 신우건설에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청 신우건설 대표와 원청 현장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청과 계약을 체결한 굴삭기 운전기사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날 선고공판은 4차례 공판이 진행된 끝에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8월30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을, 원청 법인에 벌금 1억5천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은 모두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 등을 종합하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한 점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한 점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A씨측이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점이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굴착기에 깔려 하청노동자 사망 “재래형 사고”

대구 달서구 용산동 대구지법 서부지원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대구 달서구 용산동 대구지법 서부지원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사고는 홍성건설이 경북 성주시 상수도 확장 사업의 배수관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원청은 성주시로부터 상수도 확장 공사를 약 87억원에 수주해 지난해 5월 배수관로 공사를 신우건설에 하도급했다. 하청 대표 B씨는 지난해 6월8일 개인사업자인 굴삭기 운전기사 C씨에게 골재 부설 및 되메우기 작업을 시켰다.

하청 소속 노동자 D씨는 이 과정에서 바닥에 흐트러진 골재를 빗질하며 청소했다. 그런데 C씨가 전·후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후방에 있던 D씨를 보지 못했다. D씨는 이날 오후 1시40분께 후진하는 굴삭기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원청 대표 A씨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올해 3월17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원청의 공사금액(87억원)은 50억원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지만, 하청 공사금액은 15억원이라 하청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원청에 ‘안전보건 업무 총괄·관리 전담 조직’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행령 4조2항은 상시근로자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순위가 상위 200위 이내인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두도록 하고 있다. 홍성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에서 200위를 기록해 ‘턱걸이’로 시행령이 적용됐다.

시공능력 순위권에 기소, 원청측 “항소 검토”

아울러 검찰은 A씨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4조3호) △수급인의 산재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 의무(4조9항)를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하청 대표 B씨와 원청 현장소장은 굴착기 종류와 성능·운행경로·작업방법 등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유도자를 배치하지 않아 D씨가 굴착기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현장에 출입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 대표 A씨측은 항소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선고 직후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안전보건 담당이사가 1명만 있어 기소됐는데, 현재는 별도의 안전보건 담당조직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있다”며 “3가지 정도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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