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아시아나케이오에서 해고됐다 복직한 뒤 지난달 31일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김계월(60)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부당해고를 당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평범한 노동자가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았다면 이 법정에도 서지 않았을 겁니다. 끊임없이 항의한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유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제게 무죄라고 판단해 주시면 옳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호 정리해고’로 유명한 아시아나케이오에서 해고됐다 복직한 뒤 정년퇴직한 비행기 청소노동자 김계월(60)씨. 김씨는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김씨는 “고령의 노동자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복직을 간절히 바랐기에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평화롭게 부당함을 알렸다”고 최후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감염병예방법 위헌 판단에 재판 ‘연기’, 그 사이 퇴직

 

김씨는 1년여 만에 법정에 섰다. 그는 해고된 지 799일 만인 지난해 7월18일 복직했다가 지난달 31일 정년을 맞았다. 김씨는 긴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해고 997일 만인 올해 2월2일 케이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그사이 검찰은 김 지부장을 기소했다. 2021년 3월3일 옥외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등 20여명과 함께 ‘수요집중연대의 날’이라는 문화제를 열었다는 이유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일대를 집회제한 장소로 지정한 종로구 고시를 위반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지난해 11월11일 첫 공판 이후 이날 재판이 열리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재판부가 감염병예방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을 기다리려는 취지로 재판을 추정(추후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는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집회 등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감염병예방법이 합헌이라며 2021년 2월과 5월, 올해 9월 연달아 세 차례 각하했다.

재판부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박 판사는 “(헌재 판단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데 너무 늦게 기일이 지정됐다”고 밝혔다. 김씨측은 “감염병예방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해당 조항에 근거한 종로구청장의 집회 제한 고시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애초 약식명령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부당해고 안 됐다면 법정에 서지도 않았을 것”

아시아나케이오 청소노동자 김계월씨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계월씨 제공>
아시아나케이오 청소노동자 김계월씨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계월씨 제공>

재판이 1년이나 밀리면서 김씨는 퇴직했는데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김씨는 “코로나가 극심한 시기에 길거리에서 투쟁하면서도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을 위반했다고 한다”고 한탄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말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케이오 본사 앞 농성 과정에서 퇴거불응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돼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김계월씨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을 맡으며 2020년 5월11일 해고된 이후 함께 해고된 동료 6명과 함께 799일간 천막 농성·오체투지 릴레이 3천배 등을 이어 갔다. 그사이 동료들은 정년을 맞았고 김씨는 홀로 복직했다. 김씨가 퇴직한 이후 지부도 명맥이 끊겼다. 김씨는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은 금호아시아나와 아시아나케이오가 애초 잘못한 것”이라며 “동료가 거리에서 정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최후진술을 하기 전 잠시 울컥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달 3일 동료 50여명의 축하를 받으며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퇴임식을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동료 1명은 ‘김계월 동지의 정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케이크를 선물했고, 김씨 딸도 축하 케이크와 편지를 썼다. 동료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은 “고생했어” “건강해요” 등의 덕담을 건넸다.

민주노총 간부 13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

한편 이날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집행부 13명에 대한 집시법 위반 혐의 공판도 함께 진행됐다. 이들은 2021년 6월1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 추모 및 행진 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제지를 뚫고 질서유지선 내로 들어가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날 집회에는 2020년 10월 과로사로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의 유족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장덕준씨는 조합원이 아니지만, 억울한 사연을 함께 세상에 알리고자 했는데 추모제조차 집회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죽은 노동자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고용노동부에 역할을 묻기 위해 추모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구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계월씨와 민주노총 간부들의 1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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