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입사일은 2014년 6월5일이고, 사번은 22301이네요.”

해고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김계월(58·사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입사일과 사번을 여전히 기억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그는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복직 소감을 전했다. “어쩌면 나도 거리에서 정년을 맞을 수 있다”는 각오로 꼬박 798일을 보냈다고 했다. 해고된 지 799일 만인 18일 김 지부장은 마침내 일터로 돌아간다. .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업장’ 케이오에 맞서 김씨는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켰다. 8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그를 싸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며 “노동자도 당당하게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7일 복직을 앞둔 케이오㈜ 해고 노동자 김계월 지부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케이오만 인정하지 않는 부당해고

2020년 5월11일 김 지부장을 포함한 8명이 케이오에서 해고됐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케이오는 아시아나에어포트㈜에서 항공기 기내 청소 및 수하물 관리 업무를 도급받아 왔다.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자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대신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안을 노동자에게 내밀었다.

해고자 8명 중 계속 일할 의사가 있던 6명은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해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까지 모두 이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경영상 필요는 인정했지만 해고회피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케이오는 항소했다.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지부장이 오랜시간 버틴 배경은 뭘까. 김 지부장은 “부당해고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원직복직뿐이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싸웠다”며 “회사는 끝까지 ‘법대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지만 회사가 부당해고를 인정할 때까지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으로 일방 통보한 복직

긴 싸움 끝에 이뤄진 복직도 아이러니하게 갑작스럽고 일방적이었다. 지난달 케이오는 김 지부장에게 원직복직을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1년 넘게 대화도 끊긴 상태였다. 문제는 정년이 지난 채 투쟁을 이어 온 김하진·기노진씨 명예회복이었다. 노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3일 만났지만 교섭을 결렬됐다.

김 지부장은 “회사는 여전히 ‘정년 도과자에게 위자료를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회사 관계자가 ‘항소심이 끝나면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라’고 말해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년 넘게 거리에서 싸우면서 그들은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을 잃어버렸다. 김 지부장도 내년 10월 말로 정년을 맞아 1년3개월 뒤면 퇴사해야 한다. 그는 “동료들이 복직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들어가서 자기들 몫까지 열심히 일하라’고 응원해 줬다”고 말했다.

“복직으로 노조 의미 살렸다”

주말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출근’한 농성장도 그가 복직하는 18일 함께 철수하기로 했다. 농성장을 꾸린 지 796일 만의 일이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있던 농성장은 한때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케이오 본사 앞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하루라도 빠지고 싶지 않았고 “질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농성장을 지켰다고 했다.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았어요. 박삼구(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당신과 싸우고 있다’는 걸. 케이오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매일 쉼없이 싸웠어요. ‘노조가 이겨서, 당당하게 싸워서 이렇게 돌아오는구나’라는 걸 공항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복직은 노조의 의미를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김 지부장은 “싸움을 계속할”준비를 하고 있다. 남은 소송도, 소수노조 조합원으로서 해야 하는 회사 생활도 도전이다. “막중한 책임감”과 “무거운 마음”이 남았다는 그는 800일 가까이 장기투쟁을 하는 동안 매주 문화제를 열며 연대를 보냈던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 전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연대의 힘이에요. 함께해 준 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수백 번 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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