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이은 중대재해로 논란이 된 SPC와 DL그룹 회장을 2년 만에 국정감사장에 끌어냈다. 계열사들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룹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이끌어내는 게 숙제다. ‘회장님’들이 국회에 출석할지, 책임 있는 약속을 할지 주목된다.

2년 만에 소환된 회장들, 실제 출석할까

환노위는 1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023년도 국정감사 증인 추가 및 변경의 건을 채택했다.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 박영우 대유위니아 대표, 김왕배 더블유스킨 대표를 26일 고용노동부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종합감사때 추가 증인으로 부르는 내용이다.

당초 여당은 허영인 회장과 이해욱 회장 소환을 반대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SPC와 DL그룹은 (일터) 안전 확보 방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자료가 제출됐다”며 “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총수 망신 주기, 의원 민원 해결을 위한 증인 채택은 말라는 게 당의 기조다. 국감이 끝나고 자료 제출 이행 점검 겸 현장에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를 생각했다”고 입장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그룹사 회장들이 국감장에 나서며 국회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장들이 그룹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실토하고,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 시스템 변화를 약속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국감과 올해 국감에서는 안전관리체계를 바꿀 실질적 권한이 없는 계열사 대표들이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반복했고, 같은 종류의 중대재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어졌다.

SPC그룹에서는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식품 혼합기에 끼어 사망했고, 올해 8월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강동석 SPL그룹 대표가 국감장에서 질타를 들었다. 올해 불려나온 이강섭 샤니 대표는 SPC를 대표해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전체 SPC그룹의 안전보호대책을 강구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못했다.

DL그룹 DL이앤씨에서는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국감장에 출석해 안전사고 원인과 대응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마 대표는 지난해 “안전조치, 추가증액 예산, 관리원 파견, 원인규명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고 했지만 올해만 네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마 대표는 올해 국감에서는 “재발 사안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전체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방지대책을 마련해 적극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장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6일은 노동부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다. 증인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 신문은 어렵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는 것은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국회 고발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대기업 오너들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고 벌금을 내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쿠팡 CLS도 소환, 퀵플렉서 근로자성 부정할 듯

국회는 홍용준 CLS 대표에게는 지난 13일 경기 군포시 한 빌라에서 새벽 배송을 하다 60대 택배노동자(퀵플렉서)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따진다. 노무제공자를 과로사에 내몬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질 예정이다.

CLS는 계약의 형식을 이유로 퀵플렉서가 자신들 소속이 아니라 군포시 소재 배송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이기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는 퀵플렉서가 CLS가 정해주는 배송 물량에 구속돼 노무를 제공하기에 실질적 종속성을 갖는 노동자라고 본다. 고인의 경우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을 적용하면 67.6시간(52시간×심야할증 1.3배) 일한 것으로 계산된다. 고시에서 과로로 인정하는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 근무, 4주간 1주 평균 64시간 근무를 넘어선다.

이외에도 환노위는 지난 12일 건강상 문제로 불참한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에게 553억원대의 임금체불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김왕배 더블유스킨 대표를 불러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따져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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