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대표가 지난 9월 대표실 앞에서 대화를 요구하는 노조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제공>

‘시바스리갈’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 주류를 유통·판매하는 프랑스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노조탄압 의혹으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선다. 이 회사 대표는 2018년과 2021년에도 같은 이유로 각각 국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소환당했다. 이 기업에는 노조를 무시하고 억압하는 수준을 넘어 조롱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져 있다.

교섭 요구 중인 노조 앞에서
책상 위에 발 꼬아 올리고 눕는 대표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서 열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유는 부당노동행위 및 불법행위다.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위원장이 참고인으로 나온다. 노사 대표를 놓고 대질 신문한다.

호튼 대표는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무시하는 태도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찍힌 사진을 보면 호튼 대표는 대표실 안에서 의자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고, 책상에 두 발을 꼬아 올려 사장실 밖에서 대화를 요구하는 노조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호튼 대표는 손나팔을 만들어 귀에 가져다 대기도 했다. 노조는 호튼 대표가 노조를 조롱하고 있다고 본다.

프란츠 호튼 대표는 임명된 직후부터 노조와 갈등했다. 2021년 7월 임명된 지 두 달 뒤인 그해 9월 사측은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그해 11월 회사가 본사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으로 옮길 때 사측은 단협 해지를 이유로 노조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았다. 노조는 로비에 텐트로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농성 중이다. 사측은 또 단체교섭에서 노조 총회와 대의원대회 보장 시간과 같은 노조활동 시간을 줄이자고 요구했다. 노조는 올해 1월 교섭해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최근에는 여성 조합원을 추행했다는 혐의로 호튼 대표를 경찰·노동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사 대립 분위기 뒤에는 2016년부터 시작된 노조탄압 역사가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대표적인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다. 노조가 임금교섭을 요구한 지 8년, 단체교섭은 7년째지만 체결은 요원하다. 회사가 노조 자체를 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잇단 국회 출석에도 노사갈등은 되레 심화
“정부는 감독, 사측은 노조 인정해야”

국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장 투불 당시 대표를 소환했다.

2018년 10월 환노위는 국정감사에서 장 투불 당시 대표를 소환해 성희롱과 단체협약 위반,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지적했다. 대표가 “노조가 너무 많은 힘을 가졌다. 노조를 공격하고 싶다”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노동부는 특별감독 지시를 내렸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회사의 노조탄압 시도는 더욱 심해졌다. 그해 12월 회사는 노사갈등 내용이 담긴 노보를 발간했다는 이유로 노조 사무국장을 모욕·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정직 6개월 징계를 내렸다. 2019년 1월에는 임페리얼 브랜드 위탁 판매를 명목으로 조합원 90%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했다. 당시 25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수는 45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장 투불 당시 대표는 2021년 안경덕 당시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또 한 번 증인대에 올랐다. 회사는 이강호 노조 위원장이 2019년 1월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15개월간 대기발령을 시키고, 2020년 4월 복귀한 그에게 직무전환교육을 이유로 좁은 회의실에서 책상과 컴퓨터 하나를 두고 온라인 교육을 시켰다는 사실 등이 도마에 올랐다. 노동부는 장 투불 대표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하지만 그는 인사청문회가 끝난 이후 싱가포르지사 대표를 맡아 한국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국회 환노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르노리카가 세 번째 국회에 불려 오는 동안 정부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며 “노동부는 적극적인 감독과 노사 중재를 하고, 사측은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노조탄압 사실을 밝히고, 8년간 끌어온 교섭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번 돈 배당받아 해외 유출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는 의혹도 있다. 유흥업소에서 양주에 붙어 있는 무선 주파수 인식기술(RFID) 스티커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업주 통장으로 리베이트를 준다는 의혹이다. 노조에 따르면 최대 30%까지 리베이트가 제공됐다. 국세청 고시는 도매주류유통업자에게 1%, 음식업자에게 3% 주류 리베이트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법으로 허용된 기준의 최소 10배, 최대 30배를 리베이트로 지급했을 수 있다.

이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전에도 10년간 불법 리베이트를 해 왔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유흥 소매업소에 10년간 615억3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1천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프랑스 회사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들로 사실상 하나의 사업체로서 통합 운영된다.

이렇게 얻은 부당한 수익은 고액의 주주배당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간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2021년 순이익 192억원, 2022년 순이익 293억원 전액을 페르노리카 아시아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페르노리카 아시아는 한국을 포함해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권을 담당하는 페르노이카의 아시아 본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배당금 전액을 가진다. 페르노리카가 한국 사회에 환원한 기부금은 1억2천만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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