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양대 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중단·축소 방침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야 하거나, 사무실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양대 노총 서울본부와 입주 노조·연맹의 노조활동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윤석열 정권 차원에서 시작한 노조 때리기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민주노총 9월24일까지 방 빼라”
“한국노총 입주 단체 방 빼라”

19일 양대 노총 서울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한국노총 서울본부를 서울시노동자복지관 운영기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제정한 노동복지시설 운영지침의 이행 여부를 살펴보고 운영기관 선정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한국노총 서울본부측에 전달했다.

지침은 노조 사무실의 복지관 입주 가능 면적을 240제곱미터로 제한하고, 그 밖의 복지관 공간은 노동자 지원시설로 사용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지침을 이행하려면 서울시노동자복지관에 입주해 있던 한국노총 연맹과 연맹 지역본부는 사무실을 빼야 한다. 한국노총 서울본부 사무 공간도 3분의 1가량 축소된다. 현재 서울시노동자복지관에는 의료산업노련·식품산업노련 2개 연맹과 금속노련 서울본부·전택노련 서울본부 등 모두 9개 연맹·연맹 지역본부가 입주해 있다. 이들은 한국노총 서울본부에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서울본부는 입주한 9개 연맹·연맹 지역본부에 이달 24일까지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나가라는 서울시의 입장을 전달하긴 했지만 대부분 노조가 재정 능력이 열악하다”며 “서울시가 240제곱미터 이상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한국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자조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강북노동자복지관 운영기관 공모에서 탈락해 사무실을 아예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24일까지 사무실을 비우지 않으면 해당 일자 이후부터는 변상금을 부과한다는 입장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알렸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던 민주노총 산하 노조 10여 곳은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24일 이전에 이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빚을 내서 새로운 사무실을 구해 다 같이 옮길 예정”이라며 “운영비 절감, 재정사업, 조합원 모금 등을 통해서 앞으로 수년간 갚아 나가야 할 것으로 보여서 본부 사업 운영의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 운영실태 조사가 사태 도화선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서울시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12일 “전국 102개 근로자종합복지관 실태 확인 결과, 절반가량이 정부지침과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자체에 국비로 복지관 건축비의 50%를 지원한 곳을 대상으로 ‘노동복지회관 및 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지침’을 적용한다. 노동부는 당시 발표에서 복지관 내 사무실은 전체 면적의 15%를 상한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16곳이 이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산별연맹 사무실을 입주한 곳은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실태조사를 근거로 노동부는 운영지침을 지키지 않은 복지관에 대해 해당 자치단체에 시정을 권고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인천시·경기도 등 적지 않은 지자체가 해당했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노총 지역본부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한국노총 지역본부들은 정부, 지자체와 대체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직운영 과정에서 정부·지자체 지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노총의 윤석열 정부 심판투쟁 선언을 가장 반대했던 측이 지역본부들이기도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노조탄압에 편승한다면 내년 총선을 통해 심판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탄압이 오판이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민주노총 배제 기조를 이번 복지관 운영기관 공모를 통해 드러냈다”며 “복지관 운영을 계속하지 않더라도 나눔과 연대 활동을 활성화하면서 더 많은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 확대를 위해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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