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째 접어든 올해 상반기에도 28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289명이 숨졌다. 다만 제조업에서 재해가 줄면서 전체 사망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문제는 건설업이다. 전체 사망재해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서 사망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크게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기업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감소세 두드러져

노동부는 30일 2023년 6월 말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인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사망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284건, 289명으로 지난해 보다 각 5.6%(17건), 9.1%(29명)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이 1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물체에 맞음(39명), 끼임(35명), 부딪힘(33명), 깔림·뒤집힘(26명)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2분기 제조업 사고 수는 80건으로 지난해보다 13건(29.5%) 줄었다. 사망자수는 81명으로 1년 전보다 19%(19명) 줄었다. 특히 50명 이상 제조업의 사망사고·사망자 수 감소폭이 17건(23명)으로 가장 컸다. 사고와 사망자수 각각 37.8%, 44.2%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50명 미만 제조업은 사고와 사망자 수는 4건(8.3%), 4명(8.3%)으로 소폭 증가했다.

노동부는 위험성평가 확산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방점을 찍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업장 스스로 사망사고 위험 요인을 사전 확인해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위험성평가가 핵심이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국장은 “위험성평가를 도입했을 때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분야가 제조업”이라며 “건설업의 경우 매일 작업환경과 공정이 바뀌기 때문에 유해·위험요인이 바뀌지만 제조업은 작업공정이 정형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에서 사업장 규모별 재해 증감 차이는 위험성평가를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같은 기간 기타업종에서는 59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61명이 숨졌다. 사망사고 수와 사망자 수 각 5건, 5명 감소했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 사고사망 증가, 왜?

전체 사망사고·사망자수 감소세에도 50억원 이상 건설업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업에서는 올해 1·2분기 14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14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수는 5명(3.3%) 줄었지만, 사망사고 건수는 1건(0.7%)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으로 좁혀보면 사망사고는 지난해 1·2분기보다 29.5%(13건) 늘었다. 사망자수는 14%(7명) 증가했다.

노동부는 특히 120억~800억원 건설현장에서 유독 사고 증가세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태호 국장은 “800억원 이상은 플랜트 토목 공사인 경우가 많은데 사고 가능성이 낮고, 120억~800억원은 건축 분야가 많아 재해가능성이 높다”며 “건설업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공기 압박이 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가 예년 같았다면 사망사고와 사망자수가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건설업 전체를 놓고 보면 착공면적이 40% 가까이 줄어든 것이 각종 통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현장은 줄었는데 사고가 늘었으니, 사망재해율이 높아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재해가 감소한)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은 워낙 현장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면서 (50억원 이상 건설현장 사망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디엘이앤씨의 경우 29일 압수수색을 진행하긴 했지만, 7번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동안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고 압수수색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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