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타워크레인 조종사 월례비 명목으로 건설노조가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도록 한 건의 기소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례비는 임금”이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노조 A타워크레인지부에서 월례비 관련 공갈 또는 공동공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110건, 102명이다. 지부 조합원은 약 500명으로, 5명 중 1명은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6개월간 특정 지역 100명 수사, 혐의 못 찾아
노조 “다른 지역에서도 기소·구속 사례 없어”

그러나 이 가운데 기소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지부에 따르면 경찰 조사 뒤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거나, 송치 뒤 검찰 지시로 재수사를 하다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어 사건을 종결한 게 38건이다. 또 다른 4건은 경찰수사 단계에서 소환조사조차 없이 그대로 종결했다. 이 밖에 28건은 경찰이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으나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해 현재 경찰에 머물러 있다. 지부 관계자 ㄱ씨는 “건설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받아 수사를 한 상태라 추가로 수사할 거리가 없을 것”이라며 “28건도 재수사 중 종결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0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장은 “전국적으로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련 수사를 받아 구속되거나 기소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억원가량 월례비를 받은 노동자 역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경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방증하는 셈이다.

경찰 조사서 황당 질문
“공기지연 협박한 것 아니냐”

경찰은 노조가 금품을 목적으로 건설사들을 협박하고 타워크레인 조종사 월례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며 1월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지부 조합원 소환 조사는 2월 처음 시작했다. 소환 조사는 초기 7시간에 달할 정도로 강도 높았지만 최근에는 한 시간에 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짧아졌다고 한다. ㄱ씨는 “묻는 것은 거의 대동소이하다”며 “공갈을 집요하게 캐물었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노동자에게 “준법투쟁·공사현장 불법행위 신고시 시공사·하도급사는 공기지연 손해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요구한 월례비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암묵적으로 요구한 것 아닌가”라고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일관되게 “일을 잘해 달라는 현장 관행”이라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건설노조는 ‘건폭’이라며 월례비를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는 2월 실태조사 결과라며 타워크레인 조종사 2만명 중 438명이 월례비 243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종사 1명이 1년간 2억2천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격정지 등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비 오는 날 작업 시키고
돈 주던 관행 굳어진 게 월례비”

그러나 국토부와 경찰의 주장과 달리 월례비는 임금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다. 광주고법은 지난 2월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건설업체로부터 정당하게 받은 임금으로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해당 판결 상급심에서 대법원은 다시 논의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실제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작업 대상이 아니거나, 작동시간이 아닐 때 조종사에게 건설사가 작업을 요구하며 준 돈이다. 이 때문에 월례비라는 표현이 아니라 ‘성과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ㄴ씨는 “이를테면 비가 올 때는 작업을 하면 안 되지만 공기압박이 강한 현장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부탁을 하고, 그러면서 대신 수당처럼 줬던 것”이라며 “월례비를 문제로 삼자 불법작업을 하지 않는 준법투쟁을 하겠다고 했더니 국토부는 태업이라며 자격정지를 꺼내들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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