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쌍용자동차가 2009년 파업으로 회사가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판단이 15일 내려진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법안의 쟁점과 유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전원합의체 판결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9월 퇴임하기 전 ‘쟁의행위 손배’ 같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쟁점이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심 33억원 배상 판결, 이자 붙어 ‘눈덩이’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오전 11시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2019년 12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2년6개월 만이다. 소송 제기로부터 무려 13년여 만의 판단이다.

이번 소송은 쌍용자동차가 2010년 12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2009년 점거파업을 문제 삼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1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1심은 2013년 11월 금속노조와 노동자들에게 3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감정인(회계법인)이 추정한 손해액은 55억원이었다.

사측은 조합원 개인(139명)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 심리 중인 2015년 12월 노사합의로 모두 취하했다. 하지만 노조가 피고인 사건은 쌍용차지부와의 협의를 회사가 거부해 조정이 결렬되면서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1심이 유지됐다. 1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33억원은 9년이 흐르며 20%의 지연손해금이 붙어 노조가 배상해야 할 총액은 80여억원으로 늘었다.

‘파업 정당성·책임제한 비율·손해액 범위’ 쟁점

노조는 재판에서 이미 쌍용차가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취하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노조가 책임질 부분만 손해액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2018년 노사정 합의에 따라 대부분 조합원들이 복직하고,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제출하며 책임을 감면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2심은 ‘불법파업’이라며 노조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은 “쟁의행위 주된 목적이 정리해고에 관한 회사 권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봤다.

특히 회사가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의 소를 모두 취하하고 경찰청 진상조사위 심사결과를 고려하더라도 ‘책임제한 비율’을 감소시킬 사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소극적인 교섭 태도, 복직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위로금 19억원 등을 고려해 손해액을 33억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단 쟁점은 △고정비 손해의 발생 및 범위 △파업의 정당성 △책임제한 비율 △손해액 범위와 산정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측은 하급심이 파업의 근본 원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들로 구성된 ‘구사대’ 폭력행위가 파업의 장기화 원인이라는 것이다. 위로금 역시 복귀자들에게만 지급하면서 동시에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에게 같은 금액을 청구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 쟁점 닮은 꼴, 판례 바뀔까

쌍용차 선고는 ‘노란봉투법’의 쟁점과 맞닿아 있다. 현행 노조법은‘불법파업’일 경우 사용자가 개별 조합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판례 역시 불법행위의 집단성이 인정되면 노조·노조간부·조합원의 연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앞두고 있는 노조법 개정안은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만약 대법원이 ‘책임비율’ 법리를 변경하거나 새롭게 제시할 경우 개정안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사측은 2013년 7월 노동자들의 조업중단으로 공장라인이 정지됐다며 고정비 4천400만원의 손해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하급심은 단체교섭을 거부한 회사 책임을 물어 손해액 절반만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전원합의체 사건도 쌍용차 사건과 비슷한 △고정비 손해 발생·범위에 대한 증명 △손해배상의 책임제한이 쟁점이다. 전원합의체가 조합원의 경우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존 판례는 뒤바뀐다. 대법원은 2011년 3월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조나 근로자에 대해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조계는 쌍용차 사건이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노조를 대리하는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이번 사건은 금속노조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라 책임범위 비율이 큰 쟁점이 되지 않아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심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고정비나 손해액 범위와 산정방식 등은 전원합의체 선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