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단체가 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메이데이 대회를 열고 있다. <어고은 기자>
▲이주노동단체가 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메이데이 대회를 열고 있다. <어고은 기자>

5월1일 세계노동절을 앞두고 이주노동자와 사회복무요원이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29호(강제노동)을 준수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2021년 기본협약 비준으로 지난해 4월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노동을 여전히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수원이주민센터, 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 모여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돼 있다”며 “이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약 200명이 모였다. 이들은 “ILO 협약을 준수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5월1일 노동절을 앞둔 주말에 메이데이 행사를 하는 이유다.

이주노동자들은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과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샨티씨는 인천 서구의 한 닭고기 가공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너무 추운 곳에서 하루종일 계속 일해야 하고 손을 많이 움직이고 힘을 주면서 일하다 보니 손도 아프고 배도 아프기 시작했다”며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낫지 않아서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사장은 ‘일을 안 할거면 네팔로 돌아가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 변경을 해 달라고 한 뒤부터 사장은 저를 괴롭히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메이데이 대회 참가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 제한은 비자라는 무기를 쥐고 정부와 고용주가 노동자 의사에 반해 강제하는 사실상의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ILO 협약 뿐만 아니라 UN 자유권 협약, 사회권 협약, 인종차별철폐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장 변경 제한을 하루빨리 폐지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우리는 강제노동 협약에 근거해 올해 ILO에 의견서를 내고 강력히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용산역 광장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한 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사회복무요원들도 정부에 ILO 협약을 준수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사회복무요원노조(위원장 전순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을 선언했다. 전순표 위원장은 “ILO 29호 협약을 비준하고도 강제노동 금지라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이 아직 한국에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의 방임 속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은 복무지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무리한 노동을 강요당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의 경우 강제노동에서 제외되지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민간에서 사회서비스·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은 강제노동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ILO 29호 협약을 비준하면서 4급 보충역에 현역 입대 선택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대책으로 ILO 협약 위반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사회복무요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행사에 참여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함께 걸었다. 노조는 정부에 강제노동 폐지와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복무기관 재지정 권한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복무요원노조
▲사회복무요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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