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노조는 16일 오전 사측의 고용안정위원회 참석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참했다. <만도노조 홈페이지>
▲만도노조는 16일 오전 사측의 고용안정위원회 참석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참했다. <만도노조 홈페이지>

 

조향·제동장치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회사 HL만도㈜가 원주사업장 기능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실시계획을 밝혀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만도노조는 전사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논의 안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여부 두고 노사 갈등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HL만도가 희망퇴직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8일이다. 회사는 “Steering BU 원주사업장 기능직 유휴인력에 대해 수년간 교육 및 사고자 대체 등으로 비정상적인 인력 운영을 지속해 왔으나, Steering BU 국내사업장 경영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불가피하게 Steering 원주사업장 기능직 유휴인력 해소를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31조1항에 근거해 희망퇴직을 논의하기 위한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해당 조항은 “회사는 생산부문의 자연감소 및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원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축소 조정시에는 조합에 통보하고 유휴인력에 대한 대책방안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룬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회사는 13일 공문을 보내 “(해당 조항은) ‘일방적인’ 정원 축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에 따른 합의 퇴사인 희망퇴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사측은 사내 소식지 ‘HL만도 노사저널’을 발행해 “특히 금번 희망퇴직은 어떠한 강제성이나 기준을 설정한 없이 순수 자발적인 개인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퇴직의 구체적 규모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만도노조 관계자는 “명백하게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의견을 청취하라고 하고 있다”며 “순이익이 줄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비판했다. HL만도의 지난해 잠정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7조5147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4.1% 감소했다.

노조 “아웃소싱과 분사 반복에
국내 사업 축소” 우려

노조는 회사가 궁극적으로 국내 사업을 줄여 나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HL만도는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원주사업부 주물공장을 아웃소싱하고, 임금을 동결했다. 그해 3월 노사는 “회사는 만도노조와의 고용안정 합의정신에 따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등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실시하지 않으며, 종업원의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HL만도 노사는 2021년 11월18일 자율주행 관련 연구개발 부서 물적분할을 계기로 ‘국내 일거리 확보 관련 합의’를 맺었다. 당시 노사는 “회사는 ‘투자 효율성 및 가동률을 감안해 신규 아이템 국내 생산을 최대한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기조 아래 국내 공장 일거리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노조 관계자는 “2021년 고용안정 합의를 하며 미래자동차 부품개발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신규라인을 깔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거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회사가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HL만도 국내 생산공장은 평택과 원주·익산에 위치해 있는데, 제동장치를 생산하는 평택공장은 올해 2월 초 물량이 많다며 기존 주간연속 2교대제를 3교대제로 변경했다. 익산공장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아웃소싱을 통해 구하겠다며 노조에 고용안정위 개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영향이라면
“다른 부품사에도 발생할 수 있어, 대책 시급”

회사는 희망퇴직 사유로 △국내 자동차시장 성장세 정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에 따른 국내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사의 해외 현지화 전략 가속화를 들었다. IRA법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완성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HL만도의 희망퇴직이 다른 자동차 부품사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민규 노동자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만도의 구조조정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생산 공급망으로 인한 문제라면 한국지엠이나 르노코리아에서 최근 몇년간 벌어졌던 사업·인력 축소가 사업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실장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미국과 유럽인데, 유럽도 (IRA와) 똑같은 법을 추진 중”이라며 “유럽 각국 정부가 관련법을 입법하면 정말 상황이 급박해진다.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판 IRA법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16일(현지시각) 공개한다.

HL만도 관계자는 “국내 공장 아웃소싱 건은 국내 공장의 경쟁력 등을 위해 실시되는 것”이라며 “고용안정위 규정에 따라 조합측과 대화를 통해 성실히 협의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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