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우리나라 임금체계에 연공의 영향이 압도적”이라며 특히 유노조·대기업에서 연공성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임금격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연 그럴까.

호봉제·직능급 감소하고 ‘무체계’ 사업장 늘어
임금체계 없는 사업장 85% ‘5명 미만’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임금체계는 ‘무체계’다. 임금체계 자체가 없는 사업장이 전체의 61.1%를 차지했다. 노동부는 매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통해 기본급 운영체계를 조사한다. 지난해 156만3천곳을 조사했는데 95만5천곳에서 “임금체계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보는 호봉제는 13.7%에 그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무체계 비중은 높아진다. 지난해 ‘무체계’ 사업장 85%(81만1천곳)가 5명 미만 사업장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24만4천곳)·숙박음식점업(15만2천곳)·제조업(13만6천곳)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업장이 많다. 1천명 이상 사업장(582곳) 중 임금체계가 없는 곳은 3%(16곳)에 그친다.

심각한 문제는 호봉제나 직능급·직무급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무체계’ 사업장은 48.5%였는데 지난해는 61.1%로 8년 새 12.6%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봉제는 27.1%에서 13.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향숙 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무체계 사업장은 대표자 재량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받는 곳”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상생임금협의회 발족을 알리는 자료에서 “호봉급 도입 비율이 300명 이상 사업장은 62.3%인데 비해 10~29명 사업장은 42.4%이고, 유노조 사업장은 69.4%지만 무노조 사업장은 30.7%”라며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조직화된 근로자는 과도한 혜택을,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조직화되지 못한 근로자는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이중구조가 심화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는 무체계 사업장은 아예 배제한 수치로, 호봉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준다.

이중구조 해소 원한다면
‘무체계 사업장’ 임금체계 만들기부터 시작

전문가들은 이중구조의 문제의 핵심은 ‘무체계 사업장’이라고 강조한다.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업 내 임금격차 원인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더 주는 호봉이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드는 기업 간 격차 원인은 아니다”고 진단한다. 제 수당과 경영성과급 등을 제외한 기본급 호봉테이블만 놓고 보면 완성차나 1차 벤더, 2차 벤더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속노조가 2018년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공개한 완성차 두 곳, 1차 벤더 세 곳, 2차 벤더 세 곳의 기본시급을 보면 완성차의 22년차 근속 노동자는 9천90원인데 1차 벤더의 15년 근속은 9천135원으로 오히려 더 많다. 2차 벤더는 7년 근속 6천681원, 전체 평균 기본시급은 6천877원이었다. 곽 연구실장은 “기본급 체계가 있는 사업장에서 호봉은 대체로 동일해 아이러니하게도 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교섭구조 개선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금체계를 정하는 주체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자도 포함된다. 한국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이 성공하려면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로 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유럽의 경우 100년에 걸쳐 구축한 산별교섭 체계를 통해 직무가치형 임금체계를 확립했다”며 “결국 산별교섭 제도와 단협 효력확장제도가 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원·하청 간 교섭력 차이로 지나치게 벌어진 임금을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며 “독일의 경우 하청이라도 원청의 80% 수준 임금을 받는데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서 이런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실천방안으로 기성금을 올리거나 대부분 임금체계가 없는 하청부터 직무가치를 반영해 위험하고 힘든 업무에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차이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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