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교육부가 지난 9일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저녁 8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초등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는 돌봄의 사회적·국가적 책임을 높이고 수요가 많은 돌봄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4개 내외의 시범교육청을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늘봄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돌봄교실을 맡아 운영할 교육공무직에 대한 노동조건 개선 방안 등은 빠져 있다.

돌봄 수요 높아지자 나온 늘봄학교,
교원노조 “학교 현장 갈등 해결 못해”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시·도 교육청에 돌봄교실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운영하도록 권고해왔다. 현재 돌봄교실은 지역별로 운영 시간이 다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오후 5시 이후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의 30.2%다. 저녁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은 2020년 4천명대이던 것에 비해 지난해 7천100명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교육부는 “최근 4년간 수요조사 결과 초등돌봄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 내 초등돌봄교실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늘봄학교 추진 배경을 밝혔다. 오후 8시까지 연장되는 저녁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도시락과 심리 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늘봄학교 시범교육청이 7~8개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학부모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화성시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딸을 둔 정아무개(40)씨는 “주변 학부모들 모두 환영할 것”이라며 “탄력근무제가 불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부모는 퇴근이 늦어지면 아이를 데려오는 문제가 컸는데 어느정도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돌봄교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만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아서다. 그간 학교에서는 돌봄교실로 인한 교원 업무 부담 증가, 돌봄교실을 교사와 돌봄전담사·학생이 함께 쓰면서 발생하는 갈등, 돌봄전담사 시간제 채용 등이 문제로 꼽혀 왔다. 이러한 갈등을 방치한 채 정책 시행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공무원 120명을 늘봄학교 업무를 지원할 전담인력으로 재배치했다”고 밝혔지만 교원 노조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발표한 추진 방안은 교육청을 운영 주체로 전환해 전담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돌봄 대기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에만 적용할 수 있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돌봄교실 공간 분리에 대한 어떤 계획도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연맹도 “늘봄학교 운영은 돌봄의 확대를 기반으로 해 학교와 담임교사의 책임이 되지 않도록 운영상 기준과 지침이 필요할 것”이라며 “교원이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보장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돌봄전담사 노동 대책 빠져”

교육부 발표안에는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나 행정업무를 맡는 방과후코디 등 교육공무직의 노동조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빠져있다. 돌봄전담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심리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담인력의 총액인건비를 포함해 특별교부금 3천40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재정지원 규모만 밝혔을 뿐이다.

돌봄전담사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초까지 진행된 사전 협의에서 교육부와 노조는 늘봄학교 시행으로 돌봄전담사의 근무여건이 후퇴할 수 있다는 노조 지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발표안에서는 교육공무직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 방침이 빠졌다. 교육부는 노조와 만남에서 향후 세부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보완하고 반영하겠다고 노조에 약속했지만 늘봄학교의 전체 방향을 제시한 이번 발표안에는 노동 조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조는 대부분이 시간제인 돌봄전담사들이 행정업무 등으로 인해 사실상 초과근무와 ‘압축노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일제 전환을 요구해왔다. 늘봄학교 시행에 따라 전일제 전환이 전면 시행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돌봄학교에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투여되는 등 교육청과의 협조도 필요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늘봄학교는 교육공무직의 역할과 책임이 늘어나는 방향인 만큼 현재의 근무여건이나 처우, 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이는 교육부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이나 인력 확충, 처우개선 등 근무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늘봄학교의 전제조건은 전국의 모든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상시전일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내용이 없는 늘봄학교에 머물지 않도록 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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