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4일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3월부터 초등돌봄교실을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루 6시간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한두 시간은 행정업무를 할 수 있게 돌봄전담사 적정근무시간을 7~8시간으로 설정했다. 전일제 근무를 요구했던 돌봄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됐다. 교육 당사자들에게 교육부 개선방안의 의미와 과제를 들었다.

돌봄교실 법제화 포함 제도적 뒷받침 마련되길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

지난해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둘러싸고 교사·학부모·교원단체·돌봄노조 등 초등돌봄 운영 개선 협의회가 구성됐다. 다양한 이해와 입장 차이로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초등돌봄교실 운영실태와 이해당사자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운영개선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고 그 결과 지난 4일 초등돌봄교실을 오후 7시까지 확대 추진하겠다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안에는 그동안 학부모·교사·돌봄전담사들이 주장했던 요구가 반영돼 있다. 학부모들의 저녁 돌봄 요구와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 대책, 돌봄전담사들의 처우개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질적 개선을 위한 큰 방향성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과 관련해 돌봄운영시간 6시간에 행정업무 1~2시간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지만 시·도 교육청별 여건에 따라 실제 연장 여부가 결정돼 시행여부는 미지수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대책으로 돌봄전담사 중심의 행정지원 체계를 중장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고 이를 위한 돌봄전담사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로 근무해야 함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래도 이번 운영 개선안의 의미는 작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긴급돌봄이 운영되는 등 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필수적인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시대에 초등돌봄에 대한 국가적 책임성을 인식하고 돌봄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교육부가 표명한 것은 한 발짝 진전한 것이다. 더불어 2022년부터 근무시간 확대에 따른 인건비와 교실확대 증설 비용을 약속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과 질적 개선을 위해 시·도 교육청이 정부 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다. 이번 교육부 발표를 계기로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돌봄교실 법제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교육은 학교가, 돌봄은 지자체가
노시구 전교조 정책실장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

전교조는 온종일 돌봄 정책에 대해 국가책임 돌봄체계를 마련해 지자체에서 돌봄을 맡도록 하고, 초등돌봄교실 증설을 동결하고 지역돌봄을 확대하며, 교사에게서 돌봄업무를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보면 정부의 온종일 돌봄 정책의 핵심이 초등돌봄교실 확대이며, 이를 교육부에서 가장 앞장서서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기수요가 높은 지역의 돌봄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고, 이들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거나 돌봄겸용교실을 늘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도 돌봄교실을 확충하기 위해 특별실을 없애고 기존 교실을 돌봄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돌봄 확충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초등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초등교육을 포기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돌봄공간 확보의 가장 손쉬운 방식은 돌봄겸용교실을 늘리는 것이겠지만, 돌봄겸용교실은 교육과 돌봄 모두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질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해소돼야 한다. 우선 초등학교 교실은 온종일 돌봄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며, 수업을 마친 후에도 교사가 수업연구, 학생상담, 보충지도를 하며 학생의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더구나 교육회복을 위해 방과후 보충지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돌봄겸용교실은 당장 문제가 된다. 교육부는 돌봄겸용교실 문제 해소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초등학교에 돌봄이 도입되면서 교사들은 돌봄전담사들이 돌봄에 전담하도록 돕는 지원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역량과 시간을 투입하면서 초등교육에 전념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초등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돌봄업무를 교사에게 부여하지 않아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초등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해 초등교육과 돌봄 모두가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시·도 교육청 책임감 가져야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학교돌봄은 높은 사회적 요구와 공익적 가치에도 시간제근무에 따른 △땜질돌봄 △압축노동과 차별 △학교 내 갈등의 온상지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해 왔다. 여기에 학교돌봄을 지자체 위탁운영으로 전환하라는 교원단체의 압력까지 견디다 못해 돌봄전담사들은 지난해 유례없는 돌봄파업을 결행했다. 그 결과 학교돌봄 운영 개선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교육부는 돌봄전담사의 근무여건 개선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6월 말 그 초안이 나왔지만 배신에 가까운 초안은 돌봄전담사의 거센 반발을 샀고, 교육부는 재검토 숙고의 과정을 거쳐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최종 발표했다. 이로써 논란의 학교돌봄은 마침내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돌봄전담사에게 약속한 근무여건 개선방안이라기에는 부족하다. 근무시간 확대가 불가피한 ‘적정 근무시간 확보’와 ‘돌봄전담사 중심의 행정체계 구축’이라는 긍정적 방향성이 제출됐으나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높다. 이 불확실성을 구체성으로 바꿔 온전한 근무여건 개선 방안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시·도 교육청에 달렸다. 교육청들이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과감하게 돌봄교실의 긍정적 변화를 책임져야 한다. 한 학부모단체는 “돌봄전담사의 근무 조건은 곧 우리 아이 돌봄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공적돌봄인 학교돌봄이 더욱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질적 개선도 이루려면 돌봄전담사의 근무여건 개선과 함께 가야 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학교는 가르치는 학습공간을 넘어 더 넓게 경험하고 보살피며 키우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돌봄교실이다. 교육감, 시·도 교육청의 자각과 책임감을 촉구한다.

 

초등돌봄 질적 개선, 교육감 결단 남았다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

교육부가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돌봄교실의 운영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하고 교육청 주도의 ‘거점 돌봄기관’을 운영한다는 것과 초등돌봄교실 질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돌봄전담사 적정근무시간을 확대해 상시전일제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돌봄교실의 운영을 돌봄전담사 중심 체계로 개편한다는 방향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엄혹한 상황에도 지난해 5천명 넘는 돌봄전담사가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반대 및 시간제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과 파업투쟁을 했고, 올해도 농성·총궐기 등 끈질기게 투쟁한 결과다. 맞벌이 학부모와 아동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림과 동시에 초등돌봄교실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향후 돌봄전담사 중심으로 돌봄행정업무를 모두 담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 전환은 필수 조건이다. 초등돌봄 강화와 질적 개선을 위한 교육부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17개 시·도 교육청 및 시·도 교육감의 결단이라는 또 하나의 산이 남아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왜 꼭 파업을 해야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일까. 파업이라는 큰 투쟁으로 얻은 결과를 또 다른 파업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초등돌봄의 질 또한 초등돌봄전담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이라는 결실로 초등돌봄의 질적 개선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교육감의 교육부 정책 이행 결단을 촉구한다.

 

지자체가 돌봄 책임지도록 사회적 논의 이어 가야
정온 전국초등교사노조 위원장

정온 전국초등교사노조 위원장
정온 전국초등교사노조 위원장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돌봄업무가 교사에게 부과되는 것이 업무 부담으로 이어져 현장에서 문제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책은 의미가 있다. 교사 업무를 경감하고 돌봄전담사 중심의 행정체계를 구축하게끔 제안한 점, 서울에서 운영되는 형식과 같이 업무라인에서 교사를 배제하는 관리사-전담사 체제 운영을 권장한 점이 이에 속한다.

한계도 있다. 시·도 교육청에 따라 편차가 있을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상황이 상이하기에 전국 공통으로 교사 완전 배제까지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돌봄교실 확충을 위해 경남형 돌봄 거점학교 운영 시스템도 제안했으나 경기도의 경우 돌봄겸용교실 형태로 운영되는 과밀학교들이 많아 지역에 따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릴 때 이런 부분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지역에서도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세부 지침을 세우기를 기대한다. 현재도 6시간 이상, 8시간 전일제 전담사 중에도 행정 업무를 거부하는 상황이 있어 전담사들의 책임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성도 느껴진다. 단순히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만 늘릴 게 아니라 행정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교육부가 책임지고 시·도 교육청에 지침을 내려보내야 할 것이다. 돌봄을 교육부 혼자 책임지려 해서는 안 된다. 관계부처·지자체와 협의해 사회적 논의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지자체 중심으로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게 차츰 이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후 7시까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수요조사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에 3~4명이 오후 7시까지 남는데 돌봄교실은 1명씩 3개 반이 운영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 돌봄의 질, 예산 낭비 등을 생각했을 때 비효율적이다. 특히 교원 업무 경감에 반하는 방식으로 관리 교사를 두는 형식의 운영돼서는 안 된다. 저녁돌봄의 경우 수요를 확인하고 학교에서만 책임지는 형식이 아니라 지역거점돌봄기관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질 높은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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