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년차 용접노동자는 투쟁하기 위해 1세제곱미터 철구조물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갇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감옥 속에서 세상을 향해 질문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유 부지회장은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실질임금이 깎이는 하청노동자 현실을 알려 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는 올해 6월부터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했다.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6년 이후 줄곧 깎인 임금을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원상복구해 달라는 것일 뿐이었다. 파업한 하청노동자들이 맡은 도장과 발판작업은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로 꼽힌다. 그들은 조선산업 핵심인력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숙련공으로 일한 이들의 임금은 월 200만원 중반으로 턱없이 낮았다. 노동자들의 목숨 건 투쟁에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기성금 3% 인상을 고집했다. 파업 때문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보도자료만 냈다. 당시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의 책임도 지목됐다. 손쉬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지출을 줄이는 데만 신경쓰면서 하청업체 기성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 배후에 산업은행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에서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불법행위”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말과 함께 경찰력 투입 가능성까지 나왔다. 결국 파업 51일 만에 임금 4.5% 인상과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에 합의했다. 이후 고용승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김형수 지회장이 21일 동안 단식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조선업 다단계 하청구조, 이중구조 문제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파업 종료 후 줄곧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던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하자,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조선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원청의 기성금 갑질로 생존이 불투명해진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소를 떠났고 조선업 인력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불황기에도 임금을 유지한 원청과 임금이 하락한 하청 간 임금격차 문제도 드러났다. 정부는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 자율 노력’을 해법으로 제시하거나 노동자는 뺀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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