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위탁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서울에서 10년차 방과후학교 우쿨렐레·기타 강사로 일하는 임준형(37)씨는 얼마 전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수업을 맡은 한 초등학교에서 내년부터 직영(개인위탁)이 아닌 업체위탁으로 계약을 전환하기 위해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업체위탁으로 계약이 전환되면 업체가 수업료의 25%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가기 때문에 수입이 줄고 고용승계도 장담할 수 없다. 임씨는 동료 강사들과 함께 수강생 학부모들에게 업체위탁의 문제점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다행히 과반수 학부모가 설문에서 업체위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냈다.

임씨는 “저학년 학생, 학부모들의 지지와 응원이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사 임금 삭감, 고용 불안, 저질 교재 사용 강요, 입찰 비리 등 업체위탁의 문제를 제대로 알리면 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과후강사들이 “업체 위탁을 중단하고 학교와 교육청이 직접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지부장 이진욱)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직접 강사와 계약을 맺는 직영(개인위탁)과 학교와 계약을 맺은 업체가 다시 강사와 계약을 맺는 업체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2006년부터 도입된 방과후학교는 본디 직영으로만 운영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학교자율화’를 추진하면서 업체 위탁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강사에게 업체위탁은 불리한 방식이다. 일부 학교들은 “방과후학교 행정 업무를 업체에서 대신해 교사 업무가 경감된다”며 업체위탁을 선호하지만 강사에게 업체위탁은 ‘중간착취’하는 사용자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다. 업체 한 곳이 한 학교에 개설되는 다양한 과목을 모두 맡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교육의 전문성이나 질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지부는 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교육공무직인 교육실무사나 교사를 증원해 교사의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이진욱 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은 “공교육을 멍들게하는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교육청은 방과후학교 업체위탁 제도를 폐지하고, 학교도 직접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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