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오후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 현장과 50여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추모객들이 놓고 간 하얀 국화꽃들이 쌓였다. 추모의 글을 담은 포스트잇과 A4지들이 국화꽃 사이로 놓였다. 소주·막걸리뿐만 아니라 참사로 세상을 뜬 어린 피해자들을 위한 비스킷, 커피, 무알콜 맥주, 담배, 색색의 곰돌이 젤리가 국화꽃들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날 모인 추모객들은 서로의 슬픔을 나누는 데에 집중했다. 현장 근처 옷가게나 카페는 휴무로 추모에 동참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

사고 상황 당시 현장을 지나쳤다는 이태원 주민 박성준(30)씨는 꽃을 놓는 대신 직접 가져온 향을 피웠다. 피해자들이 원한이나 미련을 가지지 않고 잘 갔으면 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놀러 나가지도 못했던 어린 친구들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비난하기보다 자신들의 행동을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30여분 뒤 향이 꺼지자 다시 품에서 향을 꺼내 피우며 자리를 지켰다.

참사 현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가족들이 장사를 한다는 ㄱ씨(55)는 경찰들이 질서를 지키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경찰이 오면은 뭐하나. 그날 나와서 정리를 했어야 생떼 같은 애들이 안 죽었을 것 아니냐”며 “제3자도 이렇게 심장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가족들은 어떻겠느냐”며 울먹였다.

슬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0대로 보이는 금발의 두 여성은 1번 출구 앞에서 10여분간 주저앉아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울면서 헌화를 한 20대 남성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얼굴을 돌리고 진정하려 애썼지만 울음소리는 점차 커졌다. 그는 1분 뒤 “정말 죄송하다”며 자리를 떴다.

녹사평역 광장에 조성된 공식분향소에서 헌화한 ㄴ씨(30)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던 일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나는 이태원에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사를 당하지 않았다”며 “또래들이 사망해 슬프다”고 밝혔다.

민주당, 차량·인원 통제 없었던 이유 따져
정의당 “국가와 지자체 책임 살필 것”

정치권은 사고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예년의 핼러윈 행사와 달리 올해에는 차량과 사람 통제 계획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이날 오전 녹사평역 광장분향소를 찾아 참배한 뒤 사고 현장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용산소방서장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들었다. 이 대표는 “작년에는 사람과 차량이 섞이지 않도록 통제계획도 있었고 실제로 통제도 했는데, 올해는 통제계획도 없고 통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용산소방서장이 “맞다”고 하자 이 대표는 “이해가 안 되는 게 (핼러윈은) 연례행사인데 그전에 했던 것을 반복만 했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책임질지를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사고현장을 방문한 정의당 시민안전사회참사TF 소속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나 축제가 사각지대”라며 “사업장에서의 산재와 함께 시민재해를 어떻게 책임지도록 할 거냐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서 고민했는데 여전히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했다. 정부 대응에 협력하는 의미로 사고 현장을 찾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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