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임명됐다. 노동계에서는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소문이 현실화했다”며 그의 임명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가 평소 언행처럼 노동계를 적대하고 재계만을 끌어안으려는 행보를 취할 경우 경사노위 운영은 물론 사회적 대화를 거쳐야 할 노동정책 모두가 수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정부 노동개혁 적극적으로 추진할 적임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위촉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지명 사실을 밝혔다. 교육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지만 경사노위원장은 대통령 위촉 후 곧바로 직을 수행한다.

김 실장은 김 위원장 위촉 배경에 대해 “정치력과 행정력을 모두 겸비한 정치계 원로로서 한일도루코노조 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 80년대 노동운동계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 분”이라며 “정부·사용자·노동자 대표 간 원활한 협의 및 의견 조율은 물론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등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정부 노동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임명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현재 고용노동부는 대통령실과 교감 아래 노동시간과 관련해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장근로시간 총량 규제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근무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적용할 경우 하루 11.5시간, 주 7일 근무시 80.5시간까지 일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주 6일 일할 경우 69시간이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 정책이지만 이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면 국회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연근무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어야 도입할 수 있다. 정부는 노사합의가 아니라 직무나 부서별 노사합의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국회에서 근기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현재 정부 노동정책안을 마련하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조만간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한다. 노동부는 해당 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에 제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 경사노위 역할이 중요하다. 노사 당사자 합의 없이 노동시간과 임금과 관련한 정책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문수 체제의 경사노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사용자 요구 일방 관철하려 하면 대화 깨져”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의 끈 놓지 않도록 행동해야”

일각에서는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이 힘으로 노동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반노동적이거나 정부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유사한 경험을 여러 번 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지는 사라지게 된다”며 “노동에 대한 이해는 없고 사용자의 요구를 일방 관철하려는 우파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사회적 대화는 많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동계가 내놓은 입장에도 이런 우려가 엿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에 반대하는 태극기부대에 합류하고, 이후 반노동 발언을 일삼는 행보 등을 보여 노동계가 환영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최근 진영논리에 편승해 과도하게 보수진영을 옹호했고, 사회적 대화를 총괄하는 경사노위 수장 자리는 진영논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어온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경사노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려를 불식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사회적 대화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김문수 체제의 경사노위에 기대할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극우적 모습을 재현하지 말라는 취지의 한국노총 입장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노동개악 추진의 들러리로서 소임을 해야 하는 경사노위원장에 그간 색깔론과 노조혐오에 가득한 시각·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김문수씨를 임명한 정부의 속내가 너무 뻔하다”며 “이번 인사가 지지율 하락과 정권의 무능·위기를 드러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은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민선 경기도지사를 두 번 지냈다. 금속연맹 도루코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구로동맹파업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조직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지도위원을 맡기도 했다. 재야 민주화 운동을 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을 잡아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보수정치인으로, 이후 극우 정치인으로 삶의 궤적을 변경했다. 경사노위원장 취임식은 다음달 4일 개최할 예정이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