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이마트가 셀프계산대를 확대 도입하는 과정에서 캐셔가 1천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일하는 계산원들은 지속적인 인원 축소와 셀프계산 업무보조로 오히려 노동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셀프계산대로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해 일반계산대를 임의로 운영하지 않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소비자 불편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마트 사측은 가족구성원 변화와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조치일 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본사 지침
“셀프계산대 유입 위해 일반계산대 미운영”

12일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위원장 전수찬)에 따르면 2018년 이마트가 성수점·왕십리점·죽전점 등에 셀프계산대를 처음 도입하면서 전체 160개(트레이더스 포함) 점포 중 147개에서 1천여대 이상 셀프계산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노조가 확인한 이마트 121개점에서 같은 기간 캐셔파트 인력은 5천828명에서 4천755명으로 1천73명이 줄어들었다. 정년퇴직과 부서이동 등으로 줄어든 인력을 새로 충원하지 않아 1천명가량이 자연감소된 것이다. 전자공시 기준 인력현황을 봐도 고용인원은 2018년 2만6천018명에서 지난해 2만4천599명으로 감소했다.

이날 지부는 이마트 본사가 각 점포에 내려보낸 ‘SCO(SelfCheckout) 확대 파일럿 테스트 진행’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마트는 셀프계산대 고객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임의로 일반계산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문건에는 SCO 확대에도 고객수 처리율 향상에 한계를 보여(전 점포 34%) 처리율을 50%까지 확대하기 위해 19개 점포를 대상으로 일반계산대(POS) 미운영 및 잔여 인력 SCO 배치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창동점을 우수사례로 언급하며 “지속적인 결제안내를 통해 고객의 체험과 학습을 강화하고 있으며 객수의 70%를 SCO가 처리(한다)”며 “근무자 추가배치와 적극적 안내를 통해 안정적 운영 중이며 고객 적응(은) 완성(됐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SCO 사용에 익숙해질 때까지 POS 개방을 하지 않고 SCO 이용 확대를 캐셔들이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무리한 셀프계산대 확대 운영으로 현장에서는 노동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이마트 은평점에서 일하는 이명순(56)씨는 POS에서 일할 때보다 고객 요청이나 돌발변수가 많아 셀프계산대 보조업무가 더 힘들다고 전했다. 이씨는 “셀프계산대는 말만 셀프지, 캐셔 2명 이상이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계산을 도와줘야 한다”며 “주류 구매시 성인인증을 위해 반드시 직원이 가야 하고, 기계 오류로 제품 중량과 개수를 잘못 인식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평점 1층에는 POS가 12대인데 셀프계산대로 유도하기 위해 3대만 ‘개방’하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마트 은평점은 SCO 확대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 중인 19개 점포 중 한 곳이다.

노조 “캐셔업무 고객의 무임금 노동으로 전가”

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지침에 따라 일반계산대를 몇 개 개방하지 않으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캐셔들은 장기간 대기와 멈추지 않는 줄로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고, 셀프계산대에서 일하는 캐셔들 또한 처리율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실태를 폭로했다. 지부는 “캐셔의 업무를 고객의 무임금 노동으로 전가해 인력을 감축하고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익 극대화가 주요 목적일 뿐 기술 발달이나 4차 산업혁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시범점포를 한 달간 운영하고 효율검증을 한다는데 일반계산대를 막았으니 처리율이 자연스레 올라갔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전체 점포로 확대하면 계산원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성원 변화로 소량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고객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 셀프계산대를 확대하고 있다”며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로 인해 인원이 줄어든 것이지 인위적으로 인력을 감축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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