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마트가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뒤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여 노동강도가 높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급여를 받지 않고 무료노동을 추가로 하는 상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산업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착취하는 이마트 이중성 폭로'를 주제로 증언대회를 했다.

주 35시간제 도입 이마트 현장 어떻게 바뀌었나

이마트는 올해부터 하루 8시간 전일제근무를 7시간으로 바꿨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단행했다고 홍보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노조 이마트지부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부터 기존에 하루 1시간 부여하던 유급 휴게시간을 40분으로 줄였다. 업무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업무 시작 전·후 준비시간을 30분에서 20분으로 바꿨다.

전수찬 이마트지부장은 "캐셔의 경우 휴게시간이 되면 정산소를 들른 뒤에야 쉴 수 있는데 전체 휴게시간이 줄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사실상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준비시간과 마감시간에 해야 할 고정업무는 20분 안에 완료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출근을 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몰을 담당하는 직원은 처리해야 할 동일물량을 1시간 줄여 처리하고 있고, 신선코너 영업팀 직원은 오픈준비 시간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캐셔로 일하는 박기정씨는 "이마트는 노동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고 하지만 준비시간 10분·휴게시간 20분을 줄인 뒤 그만큼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차순자씨는 "8시간 일할 때 신선코너에서 김밥 100개를 말았다면 7시간으로 줄었는데도 업무량은 그대로라고 호소한다"며 "화장실 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물도 마시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노동강도 증가는 수긍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돼도 209만원 안 주겠다는 심산"


일각에서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라 업무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수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금저하가 없다면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는 감내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증언대회 발제에서 "노동시간단축 뒤 부족한 인원을 신규채용한다면 주 35시간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마트는 그런 계획이 없다"며 "올해는 임금저하 없는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졌을지 몰라도 향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때 이마트 노동자들은 월 노동시간 183시간에 근거해 받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랐을 때 다른 산업 노동자들은 월 20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209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마트 노동자는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에 하면서도 183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정희 민중당 정책위원회 공동의장은 "근로시간단축을 선의로 했고 노동계 비판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35시간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1만원이 됐을 때 209만원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하면 된다"며 "이를 약속하지 않는 까닭은 이마트의 노동시간단축 목적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간부와 조합원들이 노조가입 직후 평소 맡은 일과 상관없는 업무로 인사이동돼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청와대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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