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파리크라상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파리크라상과 동일 수준으로 적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게 임금구성 등이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2개 사회적 합의 조항 가운데 4항 가와 7항의 이행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나머지 10개 항목에 대한 검증결과 발표에 이은 2차 발표다. 사회적 합의는 11개 조항이지만 이 가운데 4항은 각기 상이한 주문으로 구성돼 있어 검증위는 이를 별도 조항으로 보고 12개 항목을 분석했다.

4항의 가와 7항은 각각 “급여는 법이 정하는 요건에 따라 3년 내 ㈜파리크라상 동일 수준, 복리후생은 즉시 동일수준으로 적용한다”와 “2017년 9월21일 노동부가 발표한 체불임금은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이다.

‘기본급 차이’ 통상임금 격차 벌어지는데 ‘동일임금’?

검증 결과 4항의 가는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성호 공인노무사(해담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는 기본급이 다르고 각종 수당과 지급기준, 상여금 산출 범위가 다르다”며 “파리크라상의 연차별 기본급이 피비파트너즈에 비해 높아 통상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퇴직금 산정시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검증위가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의 지난해 단체협약서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임금구성항목과 지급기준을 살펴본 결과 구성은 상이했다. 수당 구성을 보면 파리크라상은 근속수당으로 3년 이상 근속 1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매년 1만원씩 가산하지만, 피비파트너즈는 △3~5년 1~3만원 △6~9년 1만5천원 △10년 이상 2만원으로 구간을 나눴다. 그나마도 25만원 상한선을 두고 있다. 직무수당도 파리크라상이 11개 주요 직무별로 2만~5만원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피비파트너즈는 지원기사·조장 10만원과 QC·B(F)MC 25만원을 지급한다. 이 밖에 직위수당과 명절수당, 상여금도 차이를 뒀다<표 참조>.

파리크라상, 합의서 시한 ‘3년 내’ 제멋대로 ‘3년 차’ 주장

기본급은 파리크라상이 자료요청에 응하지 않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파리크라상은 시간당 1만원, 제조(제빵·카페)기사는 생산장려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이 8천~9천원대로 격차가 있다. 생산장려수당은 상여금 산출시에는 제외돼 기본급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것은 가족수당이 유일하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기본급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임금체계와 구조가 모두 달라 사실상 동일수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본급 격차가 있다 보니 향후 연차가 높아질수록 임금 격차가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파리크라상은 검증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내놨다는 설명이다. 김성호 노무사는 “파리크라상은 합의서의 ‘3년 내’를 합의 이행기간이 아니라 근속 3년 차라는 사회적 합의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한다”며 “같은 조항 복리후생 적용시기를 ‘즉시’로 정해 시한임을 밝히고 있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크라상은 근속 1년·2년·3년·5년 노동자의 총액인건비를 피비파트너즈와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5년 차 이후부터 임금 격차가 벌어져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게 검증위의 판단이다.

체불임금 지급 완료 86억원… “노동자 지갑엔 70%만”

7항 체불임금 해소는 일부만 이행됐다는 평가다. 파리크라상이 지급해야 할 체불임금은 고용노동부가 2017년 9월22일 공개한 제조(제빵·커피)기사 5천378명의 연장근로수당 110억1천700만원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파리크라상과 전산시스템을 재분석했다며 2018년 돌연 24억원을 삭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검찰수사기법인 디지털포렌식까지 동원해 전산자료를 전수조사해 110억 1천700만원을 밝혀낸 노동부가 돌연 24억원을 삭감했다”며 “협력업체 11곳이 연장근로수당을 과지급했다는 주장을 수용한 걸로 보이는데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력업체가 연장근로수당을 의도적으로 미지급해 문제가 됐는데 특정 달에는 되레 과지급했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피비파트너즈가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힌 86억원의 실제 지급 여부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검증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실제 임금체불 정산금액을 살펴본 결과 회사쪽 주장과 달리 전액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증위가 피비파트너즈 노동자 20명의 체불임금 지불 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들이 받아야 할 체불임금 250만1천983원 가운데 실지급임금은 192만4천807원으로 실지급비율은 70.7%에 그쳤다.

검증위 “사회적 합의 불이행, 법률적 대응 필요”

검증위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사실상 파리크라상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돈문 검증위원장(노회찬재단 이사장)은 “12개 조항 가운데 이행 완료는 2개 항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검증 과정에서 광범위한 위법행위도 드러나 법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노동부가 선도적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체불임금 문제를 밝혀냈음에도 신설법인 설립 이후 사회적 합의가 파행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매듭져야 할 영역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관련 사회적 합의는 노동부가 2017년 9월22일 파리바게뜨 가맹점 불법파견을 조사해 제빵기사와 카페기사 5천3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하고 과태료 530억원을 부과예고 통보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사업주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한국노총·민주노총, 시민사회대책위원회·정의당·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서가 2018년 1월11일 체결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530억원 과태료 부과를 유예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이행이 부진해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피비파트너즈지회장이 단식에 돌입했고 올해 5월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결성돼 같은달 25일부터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