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는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보다 더 다양한 층위에서 전개됐다. 프랑스 정부는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표준 노동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아마존 물류센터 같은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자에게 작업 할당 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AB701 법안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법안은 노동자에게 작업 할당량 산정 근거와 물량 종류를 30일 단위로 공개하도록 했다. 작업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할 수도 없다.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의 시간주권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다.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노동시간단축을 고민한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에선 구호에 그친 주 4일제도 외국에서는 진지한 실험의 대상이 된다.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예테보리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스바르테달렌 노인요양병원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하루 8시간 주 40시간에서 하루 6시간 주 30시간으로 줄인 스바르테달렌의 직원들은 체력·근무 만족도·전반적 건강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주당 노동시간을 39시간으로 둔 솔랑겐 병원의 노동자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고 병가도 더 많이 썼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슬란드 중앙정부에서 시험한 주 4일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스트레스 지수와 직무 소진도가 낮아졌고, 노동생산성은 연 1.7%에서 3.8%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 연구자들은 미국 유타주·네덜란드·벨기에 등 여러 나라의 노동시간단축 실험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기업들이 임시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기그(gig) 이코노미 시대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장시간 유급 노동과 고탄소 소비 양식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노동시간을 줄이면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탄소 집약적인 생활 방식을 덜 조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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