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기본권’은 언급되지 않았고 ‘노동시장’ 표현은 일곱 차례나 되풀이했다.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시장, 노사 상생의 노동시장에서 정부는 중재자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고용노동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산재 사망사고 막는 데 모든 역량 쏟겠다”

이 장관은 “죽거나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존중받으며 일하자고 항상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며 “산재 사망사고를 막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중대재해와 관련해 처벌 대신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강조했다. 이 장관도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확산으로 산재예방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장관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고,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건전한 채용질서’를 확산하기 위해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자 권익보호와 기업 활력이 조화를 이루는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노동시간 유연성 확대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을 꼽았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부가 직면한 핵심 노동현안보다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정책들을 재추진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정과제에서는 “모든 노무제공자의 보편적 권익이 보장되는 제도적 기반 마련” 수준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정식 장관 취임사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노동시간 유연화·직무성과급 확산 추진
5명 미만 사업장·비정형 노동자 보호 방안 안 보여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같이 국민들은 획기적인 변화를 원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본질적인 부분은 외면한 채 노동시간 유연화나 공정한 채용 질서 감독 같은 부분적인 의제들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일자리 문제만큼 심각한 것이 격차 해소인데 이런 부분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노사갈등이 번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가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마사회·코레일 자회사·건강보험공단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달 말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차별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국가가 의료와 돌봄 영역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대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 점도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후보 당시부터 현재까지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움직임이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권 초기 ‘허니문’과 노동계 출신 장관 임명에 거는 기대도 없지는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산재보험 특수고용직 전속성 기준 폐지와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도입 등 노동계의 요구가 담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노동이사제 현장 안착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 요구를 수용해 공약한 사항부터 시급히 처리하면서 노동계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주 초부터 노사단체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의 눈과 귀가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노동부 장관 행보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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