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혜진 기자

삼성전자가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2020년 8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을 확인하고 회사에 취업규칙에 준하는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다른 건물로 이동시켰다고 평택지청에 답했다. 분리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건물 이동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인사조치가 아닌 코로나19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동료의 증언이 추후 확인됐다. 가해자에게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의 상처는 직장내 괴롭힘이 있은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물지 않고 있다. 76킬로그램의 건장한 체격이던 피해자는 체중이 20킬로그램 넘게 줄었고, 여전히 수면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고 한다.

“욕설에 부당한 업무 지시 계속돼”

이날 황민수(42·가명)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를 향한 직장내 괴롭힘은 2019년 집중됐다. 당시 황씨의 상사인 A그룹장·B파트장·C직장은 욕설과 부당한 업무 지시, 휴일업무 지시 등을 반복했다.

2019년 10월14일 C직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황씨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언제는 XX, ㄱ으로 하자고 하고 언제는 중요한 거 먼저 하자고 하고”라며 욕설을 섞어 말했다. 황씨는 “설비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를 저만 문제인 것처럼 언급했다”며 “이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뭘 제대로 하겠냐며 물건을 던지고 위협적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15일 A그룹장도 설비 정상화를 위한 팀 회의에서 황씨에게 “왜 우리만 이렇게 지랄병 하듯이 (고장이 많아)” “정기 예방정비를 우리만 X같이 해?”라고 욕설을 했다. 오랜 시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황씨의 말에 A그룹장은 “화룡정점을 찍고 싶다는 얘기야? 이거 빡 찍으면 XX 용이 돼 승천할 것 같은데, 그걸 안 해 줘 내가? 그걸 안 해 줘서 뭔가 개선이 안 되고 진척이 없는 느낌이야?”라고 압박했다.

황씨는 설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사인 B파트장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황씨는 “B파트장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요청한 회의자리에서 ‘때려치우고 다른 분석을 하라’고 모욕감을 줬고, ‘왜? 힘들어?’라며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C직장은 황씨에게 주말에도 수시로 업무지시를 내렸다. 황씨는 “계속 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의사를 물어보고, 주말에 추가 업무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비 보수를 하는 일이라서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에 신고했지만
“직장내 괴롭힘 아니다”

지속된 괴롭힘에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2020년 1월20일 직장내 괴롭힘을 회사 인사팀에 신고했다. 하지만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강압적인 면담 조사로 되레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황씨는 C직장이 동료들 앞에서 자신을 질책하며 책상 위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동료의 사내메신저 대화내용을 인사팀에 전했다. 동료는 황씨에게 “(직장과 그룹장이) 너무 몰아붙인다”거나 “학교에서도 만만한 사람한테 그렇게 괴롭힌다”며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괴롭힘 조사를 한 인사팀 관계자는 황씨에게 “동료들은 면담 과정에서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모두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며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황씨는 “인사팀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던데’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상사가) 욕을 한다고 해서 녹취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답해했다.

회사가 내린 조치는 서면경고(그룹장·직장)와 구두경고(파트장)였다. 경고 사유는 직장내 괴롭힘 탓이 아니었다. 황씨가 회사에 확인한 사유에는 “부서원에 대한 상호 인격 존중이 미흡했고,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 문화 운영에 책임이 있다”며 “취업규칙 50조21호 ‘조직 융화를 해치거나 저해하는 자’, 취업규칙 60조4호(에 따라) 공사 구별을 명확히 하고 상호 인격을 존중하여 예의를 지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동일한 사안이 발생한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함을 공식적으로 통보한다”는 내용이 덧붙었다.

회사 징계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삼성전자 취업규칙에는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조항이 있지만 별개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부 조사 결과 무혐의였다”
노동부는 “직장내 괴롭힘 확인돼 조치 취해”

결국 황민수씨는 그해 6월 노동부 평택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8월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 관련 개선지도 공문을 보냈다. 노동부가 행정지도를 하자 회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근무지를 변경했다고 평택지청에 조치사항을 회신했다. A그룹장·B파트장은 같은달 27일 평택사업장 내 사무1동(P1)에서 사무2동(P2)으로, C직장은 평택에서 화성사업장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황씨는 “코로나 이슈로 모든 그룹장과 파트장을 P2로 임시 이동했던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P2로 출퇴근했지만 P1에 현장이 있어 오가며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황씨의 주장은 동료의 증언으로도 확인된다. 동료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그룹장과 파트장급들이 다 (P2에) 와 있다며 추석 전에 (P1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동료 말은 실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렇게 근무를 할 수 없다”며 “그쪽 부서에서도 이상하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조사할 때) 누구누구 면담해 달라고 해서 그 사람들도 다 면담을 하고 조사를 했다. 노동부도 조사를 했는데 혐의가 없다고 나왔다”며 “그럼에도 황민수씨가 힘들다고 하니 이분과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은 분리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직원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이 당사자들의 인정에 의해서 확인됐다”며 “확인된 사실에 대해 회사에서 취업규칙에 준하는 조치를 그대로 이행하라고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업규칙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진행돼서 (상황이) 개선됐다고 생각해 종결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직장내 괴롭힘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1월 “직장 상사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신청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왔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돼 직장내 상사들과의 갈등 사실이 신청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황씨의 적응장애를 인정했다. 다만 적응장애와 함께 진단받은 우울병 장애(NOS)는 적응장애에 동반된 증상이라며 업무상 질병은 불승인했다. 산재를 신청한 지 반년 만이다.

황씨는 “저는 (과거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운전 중에도 생각이 난다”며 “가해자는 오히려 떳떳하게 지내는데, 피해자는 병가를 쓰거나 음지에서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그 분들에게 힘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황씨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수면제 없이도 잘 수 있고, 체중도 원래대로는 아니더라도 60킬로그램 중반대로 올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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