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희 영진전문대 교수(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2019년 7월 시행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지난해 강화됐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 이후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위반하거나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직장내 괴롭힘은 법 시행 직후인 2020년 36.0%에서 현재 23.5%로 감소했다.(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하지만 법 시행에도 우리나라 직장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괴롭힘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사업주가 갑자기 해고를 통보하거나 코로나로 인한 업무 결손이 예상돼 코로나 검사를 아예 못 하게 하는 등 여전히 심각한 형태로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 재택근무자가 다시 직장에 복귀하면서 직장내 괴롭힘이 다시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은 다양하고 범위가 넓어 해석과 판단기준이 모호한 점이 많다. 어떤 사례가 업무상의 지위를 이용한 것인지, 괴롭힘이 인정되는 업무 범위는 무엇인지 피해자 입장에서 자신의 고민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해도 회사의 조사 및 조치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61.3%나 된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사례도 25.8%에 이른다.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예방 교육이 필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은 일반 정기교육이 사무직 및 판매직의 경우 매 분기 3시간 이상, 비사무직의 경우 매 분기 6시간 이상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직장내 괴롭힘 또한 2021년 1월19일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직무스트레스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사항과 함께 직장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이 교육내용으로 추가됐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부과 조치가 규정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에서 제시하는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 및 유형별 사례’에 대한 교육만 시행할 경우, 교육 받는 노동자들은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에만 집중하게 된다. 교육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장내 괴롭힘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해자에 대한 신고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권교육과 직원 간 의사소통 능력·관리자의 관리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본 교육을 같이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 사이에서 상호존중하고,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문화가 생성될 것이다.

호주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가이드라인(Guide for Preventing and Responding to Workplace Bullying, 2016)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훈련프로그램에서 노동자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법과 직장내 괴롭힘을 보고하는 법에 대해 배운다. 경영자 및 관리감독자는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 참여를 이끄는 효과적인 소통방법, 인격을 침해하지 않고 대화하면서 공식·비공식적으로 피드백 제공하는 법, 갈등관리, 업무 부하와 성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의사소통하기, 다양성과 관용에 관한 내용 등을 교육하게 돼 있다.

직장에서는 업무성과를 내야 하므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밖에 없다. 성과에 대해 상사가 지시하면 받아들이는 노동자가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파워하라스먼트 3판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직장내 괴롭힘과 업무상 지도의 다른 점을 인식하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긴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예방교육부터 내용을 충실하게 바꾸고 이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부과해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려면 상식과 도덕이 통용되고 배려와 소통이 잘 지켜져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업무상 질병 같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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