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는 무단 구조변경을 비롯해 총체적인 부실에서 기인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을 쉽고 빠르게 하려는 편의주의에 노동자 목숨이 허망하게 스러졌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김규용 충남대 교수)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화정아이파크 신축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11일 화정아이파크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 바닥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완료된 직후 PIT층(39층과 38층 사이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 바닥이 붕괴하면서 피난안전층인 23층까지 바닥과 외벽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조사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39층 바닥 시공방법과 지지방식을 임의로 변경했다. 설계 도서와 달리 바닥 시공은 일반 슬래브에서 데크 슬래브로 바뀌었다. PIT층에는 가설지지대(동바리) 대신 무거운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설계보다 2.24배 증가한 하중이 PIT층 바닥 중앙부로 집중됐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건물은 최소 3개층에 가설지지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조기에 철거하면서 건물 하부 방향으로 연속 붕괴가 이어졌다.

콘크리트 불량도 확인됐다.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17개층 중 15개층의 콘크리트가 설계기준 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했다. 조사위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된 원인으로 작업 편의를 위해 콘크리트에 물을 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규용 위원장은 “(콘크리트 강도 저하는) 콘크리트 제조와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가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공 관리와 감리에서 실질적인 품질관리 체계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도 부족했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감리자는 발주기관에 제출된 ‘건축 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의 구조 안정성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현장에서 동바리를 미리 제거한 이유는 편의적인 이유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공기단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감리가 동바리가 제거된 사실을 모를 수 없는데도 공사가 진행된 것은 현장이 편의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제도 이행 강화 △감리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재발방지 대책을 이달 중에 발표하겠다”며 “제재 수준은 현재 검토 중이지만 사고 재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지검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건축법·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장과 직원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화정아이파크 현장사무소에서 공사 안전관리를 담당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검찰과 협의해 현대산업개발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처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감리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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