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광 주전남본부
▲ 건설노조 광 주전남본부

이달 11일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건설현장이 붕괴하면서 1명이 부상을 입고, 6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한 명은 숨진 채 구조됐다. 사고 전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진행하던 타설팀 노동자 8명은 운 좋게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이주노동자임이 알려지자 사고 원인을 미숙련 노동 탓으로 돌리는 듯한 보도가 이어졌다. 구조적 문제와 원인은 가려졌다. 왜 39층 타설팀 노동자는 모두 외국인이었을까. 24일 <매일노동뉴스>가 그 이유를 들여다봤다.

젊은 내국인 건설현장 외면, 이주노동자 규모 알 길 없어

최근 이주노동자 없는 건설현장을 찾기 힘들다. 고되고 위험한 노동환경 탓에 젊은 내국인이 유입이 적다. 고령화한 건설 노동시장 속 빈자리를 이주노동자가 메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력 공급 규모는 35만4천157명(미등록체류 인원 포함)으로 추정된다. 내국인력 공급 규모는 153만9천173명이다. 외국인력이 전체 공급 규모 189만3천3330명 중 18.7%를 차지한다. 다만 추정치일 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수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외국인 건설근로자 투입 비율’에 대한 질문에서는 건설업체(7.1%)와 건설근로자(26.4%) 응답에 차이가 크다. 이 설문조사 결과와 공사종류별·지역별·규모별 보정을 거친 추정값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건설회사들은 불법 다단계로 하청에 하청을 주다 보니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려 한다”며 “공사현장당 외국인 노동자 정원(TO)이 정해져 있으니 상층(원청)에서 모르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18년 11월 발간한 <2019년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 산정 연구>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서 문제가 된 타설공(콘크리트공)은 전체 노동자 중 외국인 노동자가 18.1%를 차지한다. 형틀목공(41%)·철근공(25.8%)·석공(22.3%)에 이어 비율이 높다. 연구원은 “소위 ‘힘들고 임금이 높지 않은’ 형틀목공·철근공·콘크리트공 등에서 외국인력이 많이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형틀목공의 경우 내국인 기능 숙련공이 일당 22만~23만원을 받는다면, 외국인은 17만~18만원정도를 받는다.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위원장은 “(형틀목공 일의 경우) 하루에 한층씩 쌓아 올리는 빠른 공정 탓에 고강도 노동이 계속된다”며 “50대 중반의 내국인력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성명했다.

불법 하도급에 공기단축
사고위험 늘고 체불임금 발생

결국 문제 근원에는 건설인력의 고령화, 더 깊이 들어가면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있다.

이준상 노동안전위원장은 “제한된 공사 기간에 제한된 공사비로 빨리 빨리 건물을 짓고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 하다 보니 사고위험이 늘고 체불임금 문제도 발생한다”며 “건설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으니 내국인 노동자들이 진입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한 곳은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계약을 한 A전문건설업체가 아닌, A업체와 계약한 B펌프카 장비 임대업체였다. ‘원청-하청-재하청’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노동자 임금은 줄고,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은 “불법 다단계하도급 형태의 물량하도급 관행이 속도전 작업으로 이어져 10명이 타설해야 할 적정공사에 겨우 6~7명 정도가 투입돼 공사를 하게 되면 안전 수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박 전 센터장은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처럼) 데크플레이트를 이용한 무량판 공법을 도입해 지지보강 자체를 하지 않는 공법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기 단축을 위한 위험한 공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건설노동계는 최저입찰제 도입에 따라 위험이 늘었다며 적정 공사비 지급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청년들이 건설업에 들어오려면 건설 산업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숙련될수록 임금이 오르고, 적정 수준의 노동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영섭 집행위원은 “지금은 사실 이주노동자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안전 관련 체계나 법 규정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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