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 김효정 기자

난소가 노화하면 배란과 여성호르몬 분비가 멈춘다. 일생 동안 평균 450번 정도 되돌아오는 월경이 마무리되는 시기를 완경기라고 부른다. 폐경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월경이 완료됐다는 의미의 ‘완경’을 쓴다. 완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보통 40대 후반부터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무월경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면 그때 완경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보통 4~7년을 완경기(갱년기)로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유혜리(50·가명)씨는 7년 전 완경에 도달했다. 남들보다 빨라 병원에서 호르몬 검사를 한 뒤 완경인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유씨는 그때 경험을 “암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여자로서 인생이 끝나고 친구들보다 빨리 늙어 가고 있다”는 충격에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비단 유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완경은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여러 신체 증상들을 동반한다. 대한폐경학회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 80% 이상이 “증상이 괴롭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갱년기 여성 58.1%가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는다. 안면홍조(48.7%), 야간발한과 식은땀(48%), 생식기 증상(44.3%), 상실감·우울감(43.9%)을 경험한다. 호르몬 변화로 골다공증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골절 위험도 커진다.

완경기는 개인마다 증상의 차이는 크겠지만, 우리나라 45~55세 여성 취업자 250만명이 일반적으로 겪는 신체 변화다. 전체 여성 취업자의 5명 중 1명이 겪는 문제이지만 철저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완경기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에 주목한다. 영국노총(TUC)은 지난해 12월 “완경은 일터에서 평등과 건강·안전의 문제”라며 완경과 관련한 직장내 차별을 방지하고 완경기 여성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냈다. TUC는 “영국에서만 매년 100만명의 여성이 갱년기 증상으로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완경기 증상 영향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완경기 여성의 건강 문제를 개인 질병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조이혜연 산부인과 전문의는 “우리나라 여성노동자의 경우 결혼·임신·육아로 고용단절을 겪고 40대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완경기 여성노동자는 같은 연령대의 남성노동자에 비해 소득 수준은 낮고 고용불안정성은 높은 편”이라며 “완경기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육체적 변화와 증상을 견디면서 일할 수밖에 구조”라고 지적했다. 조이 전문의는 “임신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완경기 여성에도 탄력적 근무시간제나 쾌적한 노동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개인이 이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생애주기를 반영한 노동건강권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미영·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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