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에게 고용불안정에 따른 수당을 더 얹어 줘야 한다는 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단계적 적용’을 주장하고, 최저임금의 지속 인상에 대해서는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민변·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학술단체협의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한국산업노동학회·전국교수노동조합 등 9개 학술·시민단체가 대선후보들에게 던진 비정규직 정책 질의에 대한 결과다. 노동공약을 발표한 이재명·심상정 후보와 달리 윤석열 후보가 비정규직 정책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정규노동센터는 13일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4일까지 4개 정당에 질의서를 전달해 후보들의 답변 결과를 비교·분석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러 차례 요청에도 답변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대선후보 비정규직 정책·공약 종합 평가 결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30개 질의에 모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찬성 20개, 유보 10개였다. 윤석열 후보는 찬성 13개, 유보 5개, 반대 12개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비정규노동센터는 “심상정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강력한 집행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17년 대선과 2016년 총선 시기 밝힌 공약과 달라진 측면이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제도 법적 근거조항 마련’을 약속했던 민주당은 “과거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 대한 평가와 사적 수용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물러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과 비교해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시업무의 정규직 채용원칙,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정의 확대 등에서 확실히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유보’ 태도를 보였고, 차별시정 신청권한 확대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센터는 “대부분 항목에서 유의미한 입장 변화로 보기 어렵다”며 “노사 간 이해충돌 없는 부분에서만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명·안전 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모두 ‘찬성’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윤석열만 ‘반대’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비정규직을 남용할 수 없도록 입구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3명의 후보 모두 국민의 생명·안전관 관련한 업무는 원칙적으로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상시적 업무의 정규직 채용원칙에서는 세 후보의 입장이 엇갈렸다. 심상정 후보만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명시적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비정규직 고용이 많거나 해고가 빈번한 사업장에 고용보험료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고용보험 경험요율제’를, 윤석열 후보는 비정규직 고용이 업계 평균을 초과하는 경우 고용보험료율 가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정규직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동일노동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반대하는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거나, 같은 법 6조(균등한 처우)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시하자고 요구한다.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며 반대했다.

▲ 편집 김혜진 기자
▲ 편집 김혜진 기자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이재명 “단계적 적용, 올해 입법화”
윤석열 “법정수당·해고규제 제외해야”
심상정 “1호 공약 차별 없는 근기법”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단계적 적용’을, 심상정 후보는 ‘전면 적용’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재명 후보는 5명 미만 사업장에도 근기법 적용에 동의한다면서 연내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행정·재정적 정부 지원 방안도 함께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돈 안 드는 것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차유급휴가나 연장근로수당 가산 같은 법정수당이나 해고규제는 제외하고, 직장내 괴롭힘 방지 같은 기본 인권에 해당하는 규정부터 적용을 논의하자는 것. 반면 심 후보는 5명 미만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는 차별 없는 근기법을 1호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5명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하자는 개정안이 국회에 4건 발의된 가운데 ‘찬성’ 입장을 밝힌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했다. ‘시행 초기’라는 이유로 이재명 후보는 ‘유보’, 윤석열 후보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임금공시제·비정규직 고용불안정수당 모두 ‘찬성’

차별처우 시정과 관련한 정책은 세 후보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후보들 모두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공세제 도입을 통해 임극격차 해소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부정공시 처벌을 강화하고, 이 후보는 ‘공정임금위원회 설치’를 통해 직무평가와 표준임금체계 등 임금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공공·민간,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완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먼저 제기한 비정규직 고용불안정(공정)수당에 대해 세 후보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후보들이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수당 지급제도가 고용불안정성을 물질적으로 보상해 주고 비정규직의 실질임금 인상을 유도해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사용업체에 인건비 절감의 비정규직 사용 인센티브를 줄이는 정책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야 후보 모두 차별시정 신청권한을 노조에게도 부여하자는 데 동의했다.

또 근기법상 주휴일이나 연차휴가, 퇴직금 적용을 배제하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에도 세 후보는 공감했다.

간접고용 문제 해법, 대선 이후 본격화할까
도급·파견 구별기준 ‘법제화’ 공동노사협의회 ‘제도화

간접고용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함께 원·하청이 노사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세 후보 모두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 법제화와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제도화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법과 무법 상태에 방치된 간접고용 문제를 대선 이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후보는 원·하청 공동교섭 의무화 등 노사 간 교섭 문제에서는 일관되게 ‘노사자율’을 강조했다. 불법파견 판정시 최초 사용한 날부터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2년 초과 파견노동자 직접고용 의무 조항의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뜨거운 쟁점인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후보만 ‘유보’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위장된 자영업자로 오분류된 플랫폼 노동자를 근기법 안으로 포괄할 수 있도록 근로자 추정 원칙을 도입하고, 이를 부정한 경우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 반면 최저임금 지속 인상에 대해서는 심상정 후보만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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