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건설사는 공사기간만 단축할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합니다.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균열이 가면 망치로 긁어내거나 물을 섞은 콘크리트를 붓습니다. 건설사의 이득을 위해 이런 관행이 묵인되고 있습니다.”(형틀목수 윤승재씨)

건설노조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공기 단축이 부른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를 열었다. 건설노동자들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무리한 공기 단축이 특정 공사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놀랍지 않아”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일을 하는 복기수씨는 “최대한 이윤만 남기려 하는 현장을 생각하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복씨는 “얼마 전에도 타설 후 철근이 무너지는 현장에서 일했다”며 “인명사고가 나지 않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노조가 공개한 타설 일지에 따르면 화정동 아이파크는 3층부터 38층까지 7∼8일에 한 층씩 타설됐다. 알류미늄 거푸집(알폼)을 만드는 김훈씨는 “콘크리트를 안전한 강도까지 굳히려면 적어도 28일은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거푸집 3개를 12일 안에 작업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근공 김상윤씨는 “일을 하루라도 일찍 마쳐야 한 푼이라도 더 번다는 논리 때문에 노동자들은 피땀을 흘리고 있다”며 “헤드랜턴을 끼고 새벽 4시부터 일하는 게 정상적인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빨리빨리’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에서 해체·정리 작업을 하는 이승환씨는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낙찰로 결정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값싼 공사 비용 안에서 이익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안전과 품질을 무시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법적으로 금지된 하도급이 현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 시청에서 점검을 나오지만 불시점검이 아니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드러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알폼 노동자 열량 소모량, 사무직 5.85배

건설노동자들은 공기 단축 관행으로 인해 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조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5~7월 알폼 노동자 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5시간으로 집계됐다. 알폼 노동자 10명 중 7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정 노동시간 대비 실제 노동시간을 나타내는 ‘평균 과로지수’는 1.5를 기록했다. 적정 노동시간을 맞추려면 작업시간을 33%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알폼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열량 소모량은 134킬로칼로리로 사무직 노동자보다 5.85배, 완성차 제조업 노동자에 비해 2.71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은 개당 8.5~29킬로그램인 알폼을 1미터 이상 들어 올리는 ‘받아치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폼은 25평 아파트에는 230~240장, 34평 아파트에는 260장가량 사용된다.

노조 관계자는 “10시간 가까이 평균적으로는 마라톤, 특정 시간에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수준의 심박수가 나온다”며 “5년이면 신체 배터리가 바닥이 나서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알폼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낮추려면 할당된 작업량을 처리해야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부터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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