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연말연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일 뜨겁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공무원·교원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30명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를 직접·비밀·무기명으로 선출하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간신히 소위를 통과했지만 환노위 전체회의는 감감무소식이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에 전체회의를 개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지경이다. 박대출 환노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열 마음이 없다는 얘기가 돈다.

사실 법안심사소위 심사 과정에서 환노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적용 법안 통과에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5명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과 근로자대표제 개선 관련 근기법 개정안, 사업이전 때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는 법안 논의는 뒤로 밀렸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3일 이수진(52·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최근 환노위 상황과 전망을 들었다. 이 의원은 의료노련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1대 국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환노위에 ‘전투력’ 강한 의원들 필요하다”

-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도입 법안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관심이 큰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확대 적용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가 일부러 논의를 하지 않으려 시간을 끈다는 주장도 있다.
“타임오프 도입시 비용 추계가 갑자기 쟁점으로 떠오르며 논의가 꼬였다. 양당 대선후보가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고 동의했기 때문에 쉽게 통과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고용노동부가 가져온 비용 추계 자료를 정회 뒤 여야 간사와 정부가 살피고 나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이 반복됐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타임오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비용 추계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미리 정하나. 시간 끌기로 비칠 수 있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은 산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회 후 가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예의 없는 행동이다. 합의하지 않으면 환노위 전체회의 통과가 어렵다고 생각해 논의를 계속했다. 본회의가 가까워지며 시간이 없어지는 만큼 다섯 번째 논의에서는 단독으로라도 강행하려 했다.”

법안심사소위에는 5명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근기법 개정안들이 상정돼 있다. 이수진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 해고 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연장근로 제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규정을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계적 확대적용 안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모든 사업장에 근기법을 조항을 모두 적용하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처리를 촉구한다.

-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단계적 확대 적용안을 발의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정의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방향에 동의한다. 모든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노동 정책 방향이기도 하지 않나. 하지만 근기법 개정안은 반대가 많다. 논의조차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크다. 소위에 안이 올라가자 모든 환노위 의원실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케팅, 항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양한 영역에서 강한 저항이 있다면 통과가 어렵다. 법안 통과까지 짧게는 6~7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 걸린다. 지치기는 쉽고, 사회 변화는 빠르다. 변화하는 과도기에 필요한 법안이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맞다. 5명 미만 사업장 논의는 반드시 해야 하고, 꼭 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이수진 의원은 그간 의정활동 경험을 말하는 과정에서 “환노위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전투력이 강한 의원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왜 계속 근기법 밖에서, 법을 또 만들어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하냐는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제가 발의해 통과한 가사노동자법이 그랬고, 장철민 의원이 발의하고 제가 보충 발의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이 그렇습니다.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이견이 많아 통과가 안 되고 있지만, 가사노동자법은 사용자측인 대한상공회의소도 새로운 사업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며 반대하지 않아 통과됐죠. 하지만 크게 이견이 없던 가사노동자법조차 통과가 어려웠습니다. (야당과) 많이 싸웠습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자존심 상해서 울기도 했어요. 노동자들한테는 곧 통과한다면서 달랬는데, 노동자들이 화가 나서야 야당이 대화에 나섰어요. 사실 환노위 특성상 회의를 안 열수록 야당에 유리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앞으로는 우리 환노위에 ‘전투력’이 강한 사람들이 많이 와야겠어요.”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
‘방송작가=노동자’ 인식 물꼬 터

이수진 의원은 입법뿐만 아니라 ‘현장’을 강조한다. 최근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문제에 천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방송작가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 국감에서도 다시 문제 삼았다.

- 방송작가 노동자성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해 왔다. 방송작가 노동자성과 관련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여성·비정규직 격차 등 불평등 노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여성노동자로 힘없고 ‘백’ 없고, 사람들의 관심 바깥에서 조직화하지 못한 분들이었다. 방송작가는 젊은 여성 비정규직이 주축이다. 방송국에 가면 전화하는 사람, 마중 나오는 사람, 커피 권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나갈 때 인사하는 사람 모두가 방송작가다. 직원처럼 일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더라.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 자리에는 기자들이 없었다. 언론노조는 사업장 안 비정규직인 이들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지상파 방송 3사 방송작가 노동자성이 일부 인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물꼬를 텄다. 방송국은 노동자성이 인정된 방송작가들을 노동자로 봐야 할 의무가 생겼다. 노동부는 방송 3사가 노동조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근기법 17조를 어긴 것으로 보고 고용계약을 체결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송 3사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 다른 방송작가들도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게 될 거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우려하거나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인식이 변화할 것이다.”

- 지난달 MBC 보도국 작가 3명이 계약 만료로 해고됐다. MBC가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발표 전 재계약 불가를 통보해서다. 시민단체는 노동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구제할 길이 없다. 도리 없이 노동위원회로 가야 한다. 노동부가 상황 정리를 깔끔하게 해 줬으면 좋았겠지만, 아쉽다. 노동자 개인이 방송사와 다투기란 쉽지 않다. 주위의 응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저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께 방송국들이 의무를 다하게끔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송국에 있는 정규직들도 도와주고, 노동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노동공약, 1월 중하순에 발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에서 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동위원회에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공약이 있는가.
“큰 방향성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에게 일정 부분 임금을 더 지급하는 공정임금, 산재를 줄이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노동부가 독점한 근로감독권 지자체 공유 등이 공약으로 제시될 것이다. 주 4일제와 정년연장의 경우 이견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주제라고 본다. 자세한 정책은 조율해 놓은 상황이고 발표 시기를 살피고 있다. 1월 중하순에는 날짜를 잡아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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