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 폐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노동의례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이 올해 주목할 노동이슈 공동 1위(41표)에 선정됐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이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차별 없이 적용되고,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한국 사회에 정착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뒷전으로 밀려난 근기법 개정안, 이번엔?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주관식 응답으로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올해의 주목할 노동이슈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이들이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41명·공동 1위)을 꼽았다.

근로기준법 11조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일부 조항만 적용된다. 해고 제한과 부당해고 구제신청, 근로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직장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2020년 9월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이수진·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환노위는 지난달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달 속개되는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행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위험의 외주화’ 막을까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자 안전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32표), 산업재해(4표), 산업안전(3표), 중대재해 발생시 실제 법 적용(1표), 위험위 외주화(1표) 등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 관련 응답이 잇따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여한다.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이 노동현장에서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우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직업성 암같이 자주 발병하는 질환이 직업성 질병범위에 포함되지 않았고 2인1조 근무를 명시하라는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3년간 유예됐고,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계에서는 법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 혼란과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탈탄소 정책에 거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이 올해의 주목할 노동이슈 공동 3위(26표)를 차지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심의·의결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탈탄소 정책에 따라 전남 여수의 호남화력발전소 1·2호기는 지난해 말 가동을 중단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 발전소가 폐쇄되면서 비정규 노동자 133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수립 과정에 다양한 사회 주체가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을 발의했다.

비정규직 문제(10위·8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 노동자는 전년 대비 64만명 증가해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38.4%로 1년 새 2.1%포인트 상승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격차는 156만7천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평등 타파와 양극화 해소(11위·4표)라는 응답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플랫폼종사자법·주 4일제 화두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는 공동 3위(26표)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는 취업자(15~69세)의 8.5%인 2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플랫폼종사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공청회를 열고 입법을 추진 중이다. 노동계는 반대했다. 플랫폼종사자법과 같은 특별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틀 안에서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주 4일제를 비롯한 노동시간단축 논란이 5위(20표)를 차지했다. 주 4일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달 중소·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주 4일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2020년 현재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천90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천687시간보다 221시간 길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의 현장 이행 문제를 지적한 응답도 있었다.

코로나19 영향력 여전, 노동이사제 도입 급물살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사회와 노동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 확산, 고용안정 대책, 불평등, 자영업자 대책, 의료노동자 번아웃, 방역인력 확충 방안,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등 코로나19의 영향(6위·17표)과 관련한 다양한 응답이 분출됐다.

최저임금이 7위(13표)를 차지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160원으로 지난해 8천720원보다 440원(5.1%) 인상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천440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실패했다.

3월 치러지는 대선과 노동정책에 관련된 응답이 8위(10표)를 기록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노조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도입 등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노동공약은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9위(9표)를 차지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도입에 찬성하고 여야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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