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구도시관리공단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8년 동안 고정적으로 야간근무를 하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기간제 청소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이 환경미화원은 519제곱미터(157평) 크기의 수영장 전체 청소업무를 홀로 담당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부(신명희 판사)는 환경미화원 A(74)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7일 1심이 확정됐다.

격주 쉬며 야간 6시간 수영장 홀로 청소
“고정 야간근로로 인한 수면장애 영향”

A씨는 2008년부터 서울 성동구도시관리공단에서 기간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다. 혼자 수영장 청소업무를 담당한 A씨는 격주로 일요일만 쉬면서 매일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했다. 그러던 중 2016년 6월8일 밤 11시께 수조 청소를 하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상세불명의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받아 온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2020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뇌경색 발병 직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7시간에 해당해 과로가 누적됐고, 기간제 근로자로서 계약만료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뇌경색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상 과로 누적 및 스트레스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했거나 적어도 기존 고혈압이 과로·스트레스와 결합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고정된 야간근무는 야간근무의 강도가 가장 높은 형태로, 심장·뇌혈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밝힌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소견이 업무상 재해 인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고정 야간근로는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에 역행해 수면장애를 발생시키고, 장기간의 수면장애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뇌경색의 발생·악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 “습도 높은 157평 수영장, 육체적 부담”

법원은 157평 크기의 수영장과 휴게시설 등의 청소업무를 혼자서 수행한 점을 주목했다. 8년 이상 장기간 야간에, 습도가 매우 높은 수영장에서 육체적 부담이 상당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탓에 계약만료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정 휴일 외에는 개인사유로 쉬기도 힘들었을 것으로 봤다.

수영장 내 별도 휴게실이 없어 계속 청소를 해야 했던 사정도 재판부는 과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숙직실이 있긴 하나 기간제인 A씨가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보기는 어렵고, 근무시간 내에 청소를 마치기 위해 휴식 없이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당 평균 업무시간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A씨의 업무는 고정 야간근로, 휴일부족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 등과 같이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함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평소 고혈압을 앓았던 점도 정상 범위 안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기저질환이 뇌경색을 일으킨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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