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1만명 정규직 전환을 시작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소속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간접고용 11만5천명 중 절반을 직접고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현장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정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용역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지자체가 할 일을 미루는 사이 임금체불이 발생하는가 하면 정부가 불법파견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용역업체 퇴직금 미지급의 책임은?=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충남 서천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충청남도공공노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서천군과 용역계약을 맺고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을 한 A업체가 25명의 퇴직금과 임금 등 약 1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폐업 상태인 A업체는 법인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A업체는 퇴직연금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밖에 적립하지 않았다. 노조는 A업체 사장이 서천군에서 받은 사업비를 횡령했다며 경찰에 고발했지만 경찰은 최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노조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을 민간에 위탁한 뒤 서천군이 업체 퇴직적립금 미불입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던 서천군은 2001년부터 해당 사업을 민간위탁했다. 노조 관계자는 “퇴직적립금 미불입 등 위탁업체의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청소행정의 주체인 서천군에 임금체불 책임이 있다”며 “서천군이 A업체 비행을 묵인하고 수수방관하는 사이 임금체불액이 불어났다”고 비판했다.

정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은 외주근로자 근로조건과 관련한 임금과 퇴직금·4대 사회보험료 등 법정부담금 지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확약내용을 불이행하면 계약해지나 향후 입찰 때 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노조는 “서천군이 보호지침에 따른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간위탁을 통한 간접고용은 업체만 배불리는 세출 낭비로 공적이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지시 논란=한 공공기관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일반노조는 행정자치부 소속인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관리소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 고발장을 지난 16일 접수했다.

시설관리노동자들은 경남지방합동청사관리소가 현장대리인이 아닌 B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서를 통해 직접 작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B업체 소속 팀장들은 현장대리인이 아닌 관리소 소속 공무원에게 ‘작업지시사항 조치결과 보고서’와 ‘작업사진’을 첨부해 보고했다.

노조는 “청사관리소가 사실상 파견사업을 했다”며 “B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휴가와 병가 등 근태 변동에 대해서도 사전에 관리소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행자부는 청사관리소 운영에 총괄책임이 있다”며 “정부는 파견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새 정부가 공공부문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현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시설관리공단에 직접고용한 사례가 있다”며 “공공부문 간접고용 문제는 법 문제가 아니라 정부·지자체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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