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호정·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노동교육은 얼마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은 자본과 대립해 투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근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빈부격차는) 노력과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사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해 노동쟁의를 예방, 해결해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더라도 폭력 행위는 적법한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아니다”

현행 교과서가 서술한 노동자와 노동, 노조에 대한 설명이다.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반감에 기댄 잘못된 서술이지만 국내 정규교과과정에서 인정한 교과서로 버젓이 쓰이고 있다. 노동교육의 현주소다.

교사 100명 중 95명 “노동교육 필요하다”

최덕현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부대표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노동교육은 얼마나’ 토론회에서 현재 학교에서 쓰고 있는 8개 출판사 11개 과목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 부대표는 “교과서 서술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내용들만 추린 것”이라며 “임금문제를 서술하면서 임금인상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고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인위적으로 임금을 올리면 경제상황과 노동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부정적으로 서술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노동교육을 교육과정 총론에 넣겠다고 밝힌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주제로 노동교육의 현주소와 노동교육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류호정·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환경·생태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및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디지털 기초소양 함양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교육현장은 노동교육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전국 초중고 교사 설문조사를 보면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4.8%로 나타났다. 미래 직업생활에 필요(95.4%)하고 일하는 학생에게 도움(88.7%)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인권이 중요(96%)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42%, 중학교 46%, 일반계고 59%, 특성화고 95%에 그쳤다.

덴마크 교육과정 9년간 학교·사회 반영한 노동교육

이런 요구와 달리 현장의 노동교육은 황폐화한 상황이다. 최 부대표는 “현재 이뤄지는 학교 교육과정은 노동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배제하고 있고 노동자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도록 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은폐, 왜곡하고 노동자의 소외를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라고 강조하거나 노동운동과 노조에 대한 편견이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필요한 생활교육도 이뤄지지 못한다. 류호정 의원은 “사회 진출 초기 가장 필요했던 교육은 근로계약서 작성법과 부동산임대계약서 작성법이었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다르다.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는 노동이 시민으로서의 삶 자체이고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시민 철학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기 인간에게 노동은 무엇인지 묻고 지식 중심이 아닌 역량 중심의 노동인권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교육을 실시하는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위해 교육과정 9년간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노동교육도 학교교육과 직업세계가 직접 관련한 현실을 반영해 학습하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노동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한 제언도 나왔다. 교사에 대한 지원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부대표는 “교사가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학교 안팎의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학생에게 보여주는 게 교과서 노동교육 못지 않은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연구위원도 “교원 연수 확대와 교사 전문강사단, 선도교사단 구성 등 구체적 활동을 통해 정책 의지를 가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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