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묘역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1주기·이소선 어머니 10주기 합동추도식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정기훈 기자>

“매년 부끄러웠습니다. 올해도 부끄러울 뿐입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부디 하나가 되세요’ 그 목소리와 외침이 생생하고 절실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 모양 그대로여서 그런가요.”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의 목소리가 낮게 퍼졌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 등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 150여명이 모인 묘역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의 묘역 뒤에 설치된 현수막 소리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노동자의 가슴에 영원한 전태일 열사, 이소선 어머님 뜻을 이어 노동평등세상 이뤄 내자!’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흔들렸다.

전태일재단이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51주기·이소선 어머니 10주기 합동추도식을 열었다. 이소선 여사 기일은 9월3일이지만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연기돼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합동 추도식을 열게 됐다.

평등세상 못 이룬 데서 오는 부끄러움,
장학재단 조성·평등 위한 노동운동 다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부끄럽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는 전태일과 어머니의 평생소원이었던 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됐다. 잘 보듬어안아 가장 아름다운 장학재단이 되도록 키워 나가겠다”고 추도사를 이어 나갔다.

추도사 직후 최종인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공동이사장이 이소선 어머니 묘역에 장학재단 허가증을 놓았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전태일기념관이 만들어질 때 양대 노총의 힘으로 만들지 못해 창피하다 생각했는데, 장학재단만큼이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장학재단이 될 수 있도록 양대 노총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양대 노총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배제되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입을 모았다.

구속수감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신해 나온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곡기를 끊고서라도 파업을 진행하고 특수고용·플랫폼이라며 노동자로 인정조차 안 하는 세상”이라며 “불평등한 세상을 다시 평등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열사의 길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확신하고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평화시장이 있는 서울 동대문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대리해 참석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해고, 휴직 등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고 호황기를 맞았다는 택배와 배달노동자들은 노동착취를 당하는 반면 재벌과 대기업은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하는 불평등한 상황”이라며 “불공정과 불공평,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단결과 연대를 높이는 운동을 더욱 강건하게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태일노동상에 금융노조
“금융노동자, 평등사회 실현 매진할 것”

추도사 이후 29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전태일재단과 <매일노동뉴스>가 공동주관하는 전태일노동상은 올해 금융노조가 수상했다.

부성현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금융노조는 10여년간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2배 정도 올리는 하후상박 임금 전략을 산별교섭에서 관철해 왔고, 지금은 정규직 임금의 70~80% 수준까지 격차를 줄였다”며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존재 이유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총액임금 대비 1.8%인 임금인상분 절반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로 조합원에게 지급해 소상공인 보호와 내수 활성화를 의도했다. 나머지 절반은 용역·파견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실업 대책을 위한 근로복지진흥기금에 사용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전태일노동상 수상은 61년 금융노조를 지켜오며 연대의 정신을 뿌리내린 금융노조 선배님들과 함께해 온 금융노동자의 헌신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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