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 장애를 이유로 해고된 버스기사 강아무개(49)씨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경북노동인권센터·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5일 오후 항소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신장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내버스 운전기사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법원은 운전기사가 혈액 투석 치료를 적절하게 받으면 버스 운행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5일 만성신부전증으로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버스기사 강아무개(49)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중노위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강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10개월여 만이다.

중노위 판정 뒤집고 버스기사 승소
1·2심 “해고, 합리적 이유 없다”

강씨는 2019년 2월 코리아와이드포항에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는 한 달 뒤 구두로 채용취소를 통지했다. 면접 당시 신장 장애로 매주 3회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였다.

이에 강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구두로 해고를 통보한 부분이 문제가 되자 회사는 강씨를 복직시켰다.

그런데 회사는 약 한 달 뒤 강씨에게 재차 채용거부를 통보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체적 능력이 우려되고, 혈액 투석을 위해 거짓으로 휴무를 요청했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또 강씨가 버스 내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버스를 조기 출발하는 등 업무상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다시 지노위 문을 두드렸다. 지노위는 “채용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있고 절차상 하자도 없다”며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 판정을 유지하자 강씨는 회사를 상대로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의 채용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중노위 판단을 뒤집고 강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강씨가 혈액 투석 치료를 잘 받는다면 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혈액 투석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증 증상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혈액 투석을 받는다면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강씨 주치의 소견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치료일시 변경이 가능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대도 다양하므로 배차 일정만 미리 공지한다면 강씨가 근로를 제공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강씨가 치료와 직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해 줄 의무가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더라도 사측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면접에서 지병을 숨겼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직장생활에서 문제가 될 만한 건강상 문제에 대해 질문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을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쪽 “장애인 편견으로 해고, 판결 수용하라”

중노위는 1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지난 2월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강씨를 대리한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특정한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실정법인데도 회사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관리 부담감만 토로하면서 해고했다”며 “(회사와 중노위는) 무용한 상고를 통해 당사자를 괴롭히지 말고 항소심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를 이유로 해고된 다른 분들도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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