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기업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노동자들의 과로 논란 때부터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안전인식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쿠팡 노동자들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6회에 걸쳐 제시한다.<편집자>

▲ 조용현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센터분회장
▲ 조용현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센터분회장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그 이름은 4차 산업혁명이다. 딱히 절대적인 기준이 정해지지도 않은 이 용어는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수많은 기업에 그야말로 ‘금 나와라. 뚝딱’ 돈벼락을 안겨 주고 있다. 쿠팡이란 회사도 그 축복의 열렬한 세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11일 이 회사는 미국 뉴욕증시에 그야말로 신데렐라처럼 데뷔했다.

그 아름다운 영광의 밤이 있기 정확하게 두 달 전, 꿈같은 액수의 가치를 자랑하는 이 회사의 동탄물류센터에서는 한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한 채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아마 그 겨울 가장 추운 밤이었을 게다. 센터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추위를 견디다 못해 포장하는 비닐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던 그 밤, 식사시간 20~30분을 제외하고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핫팩 한 장이 열 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현장에서 50대의 그분이 접한 유일한 온기였다. 그 두 달 후 뉴욕에서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원을 넘겼다.

1만원짜리 지폐로 받았으면 그 돈을 아직 채 다 세지도 못했을 그 여름, 같은 현장의 온도는 섭씨 40도에 육박했다. 새벽 온도도 그렇다. 여기저기서 쓰러져 실려 갔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선풍기로는 턱도 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선풍기라도 더 달라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이야기는 “이미 요청했다. 기다려라”는 관리자들의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물론 아직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폭염대책이라는 것은 얼린 생수 한 병, 400원짜리 아이스크림 몇 개가 전부였다. “폭염대책으로 개인 휴대용 선풍기 반입을 허용한다”는 뭔가 대단한 것을 베푼다는 투의 전체문자를 받았을 때는 쿠팡의 ‘해맑음’에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쿠팡이란 회사는 혁신기업 평가를 받으며 상장 첫날,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기준 국내 두 번째 기업이 됐다.

문제는 바로 그 점이다. 그냥 이런저런 회사가 이제는 아닌 것이다. 아마존의 ‘워너비’(소유하고 싶은 물건)로 성장한 쿠팡은 이제 수많은 ‘쿠팡 워너비’들의 부러움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쿠팡이 노동시장의 스탠더드가 될 수도 있다. 시가총액과 고용 모두 한국 3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기업이 보여주는 행태는, 그러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졸렬하다. 법의 요건만 갖추면 어떤 기업이건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4대 보험을 마치 자신들이 선심이라도 쓰는 양 자랑한다. 여기저기서 쿠팡에서는 그것 안 해도 다 돌아간다느니, 쿠팡에서는 이 정도면 다 일하더라느니 하는 소리가 들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입으로는 미래와 혁신을 얘기하며 월스트리트에서 최고급 샴페인을 마시면서도 눈으로는 마치 60년대 청계천 봉제공장쯤을 바라보는 듯한 이 언밸런스가 위험한 이유고, 아직은 미약한 쿠팡의 노동조합에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 까닭이다.

방직기를 때려 부숴도 산업혁명을 막지는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어떤 분야의 노동은 더 단순해지고 숙련 노동자는 덜 중요해질지 모른다. 그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도깨비방망이에서 쏟아지는 금을 세기 바쁠 때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고작 추위나 더위에 쓰러지는 사회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1차 산업혁명 때는 노동자에게 아무런 무기가 없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 기괴하고 우울한 불평등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자.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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