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SPC그룹 계열사 SPL에서 한 관리자가 직원에게 손소독제를 먹기를 강요해 논란이다. 이 일로 모욕감을 느낀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을 원했지만, 사측이 신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2차 가해도 벌어졌다.

12일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은 지난 4일 오후 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SPL은 파리바게뜨가맹점에서 쓰이는 휴면반죽을 포함해 빵·빙과·케이크 등 완제품을 생산한다.

관리자 A씨는 대장균 검사를 위해 빼놓은 샘플빵에서 쓴맛이 난다며 피해자 ㄱ씨를 호출했다. ㄱ씨는 직전 날 휴가 중인 동료를 대신해 샘플빵을 빼는 작업을 했다. 상사인 ㄴ씨와 함께 사무실을 찾은 ㄱ씨에게 A씨는 “샘플빵을 빼는 과정에서 잘못돼 발생한 일”이라고 훈계했다. 샘플빵을 트레이에 담기 전 트레이나 집기류를 알코올로 소독하는데, 알코올이 날아가기도 전에 빵을 트레이에 담아 생긴 문제란 것이다.

피해자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손소독제 먹기를 강요한 행위는 훈계 직후 발생했다. 관리자 A씨는 사무실에 있던 손소독용 알코올젤을 자신의 손에 뿌린 뒤 ㄱ씨와 ㄴ씨에게 먹어 보라고 지시했다. ㄱ씨는 “사람이 먹으면 안 되는 알코올”이라며 황당해 했다. 두 차례 거절했지만 A씨의 계속된 압박에 손소독제를 찍어 맛볼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빵에서 쓴맛이 난다는 이유로 사람이 먹지 못하는 손소독제를 먹으라고 한 A씨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후 두통에 시달리고 정신과 치료를 알아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노조 수도권지부 SPL지회는 이달 5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냈지만, 같은달 9일 피해자 ㄱ씨는 2차 가해를 겪어야 했다. 한창 업무를 수행하던 ㄱ씨에게 가해자가 예고 없이 찾아와 “미안하다. ㄱ씨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ㄱ씨가 (나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사과한 것이다. 주변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방적인 사과 수용을 강요받은 꼴이 된 ㄱ씨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는 “일방적인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폭력”이라며 “2차로 이런 일이 당하니, 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두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지회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가해자 분리”라며 “가해자를 전보조치하고 재발을 방지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매일노동뉴스>는 SPL측에 여러차례 사실관계 확인과 입장표명을 요청했는데 회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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