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국 최초의 소방공무원 노조가 출범했다.

지난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며 소방공무원도 노조설립이 가능해졌다. 공노총과 공무원노조, 한국노총이 각각 소방공무원 노조 조직화에 나섰다. 이중 한국노총 소속의 소방안전공무원노조가 지난 3일 경기도 여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서 설립총회를 열고 처음으로 소방공무원 노조 탄생을 알렸다.

<매일노동뉴스>가 3일 설립총회 전 홍순탁(56·사진) 소방안전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서 만났다. 강원도 원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 위원장은 2016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시절 만들어진 하위직 현장대원 의견수렴 채널인 ‘두드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강원두드림 회장을 맡았다. 지난해 6월 소방공무원의 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직협법) 개정안 시행으로 직협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원주소방서 직협 회장을 맡았다.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자 힌국노총이 띄운 전국소방노조 준비위원장을 맡다가 총회에서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실질적 변화 위해 노조설립
위험에서 방어할 권리 확보할 것”

- 두드림이나 직협 같은 이전의 소통채널과 노조와의 차이점은.
“언론이 먼저 관심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일정이 많이 잡혀 있다. 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노조활동을 할 것인지 물어본다. 노조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생기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드림과 직협 때는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한다고 느껴졌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한 합의를 할 수가 없었다. 법·제도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안 된다’ ‘노력해 보겠다’ ‘왜 너네가 우리와 대화하려 하느냐’는 이야기만 들었다.”

-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집중할 과제는.
“소방공무원 방어권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권과 구급대원이 신체·정신적 피해가 예상될 경우 구급업무를 거부할 권리를 소방기본법에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강연희 소방관의 경우를 보라. 적극적으로 방어를 못 해서 숨지지 않았나.”

전북소방본부 소속 119 구급대원이었던 강연희 소방경은 2018년 4월2일 취객에게 머리를 대여섯 차례 맞고 불면증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다 같은해 5월1일 뇌출혈로 숨졌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대가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위해 현장에 출동·출입하는 것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 수당에 대해 현장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안다.
“특수업무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특수업무수당을 받는다. 규정에 따르면 구급수당은 2001년 홍제동 연립주택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사망하면서 생긴 수당으로 8만원을 지급한다. 출동가산금도 있는데 하루 네 번째 출동부터 3천원을 지급해 최대 3만원까지 지급한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수당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홍 위원장은 몇 년간 소방청 소통채널에서 활동하며 바꿔야 한다고 느꼈던 문제점들을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소방공무원 의복 예산을 바우처와 같은 쿠폰으로 만들어 놓고 필요하면 의복을 사 입는 방식이 필요해요. 정부는 예산을 배정해 우리에게 의복을 지급하는데 비효율적입니다. 진짜 필요한 활동복 같은 건 사비로 삽니다. 기동복은 또 어떤가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복이 불에 탄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뀌었어요. 긍정적인 조치입니다. 조금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동복을 활동하기 편한 소재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불을 끌 때는 기동복 위에 방호복을 입는데, 지금 기동복은 불편하다는 것이 현장 소방관 대부분의 지적입니다.”

한국노총 선택한 이유
“제도개선할 힘 있어”

- 기존 공무원 노조들도 있는데 한국노총으로 가맹한 이유는.
“영향력 때문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법·제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들이다. 두드림 회장과 직협 회장을 하며 느꼈다. 제도개선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하는 일들이다. 한국노총은 국회에 영향력이 있다. 21대 국회에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이 9명이다. 46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노동존중실천의원단도 있다. 우리의 희망과 부합하는 것은 한국노총이다.”

지난 4월 공무원 노동계와 정부의 단체교섭인 2020 정부교섭이 열렸다. 대정부교섭단은 공노총과 공무원노조 각 4명, 통공노와 교사노조연맹 각 1명으로 구성됐다.

- 공노총과 공무원노조 등이 주도하는 공무원 노정교섭에 참여해야 할 것 같은데.
“한국노총은 6월 중으로 통합공무원노조·교사노조연맹이 속한 공공노총과 통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 이후에는 공무원 노동계가 구성한 대정부 교섭단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교섭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압력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들만으로 정부와 교섭하는 건 힘들다. 공무원노조들이 2006년부터 정부와 교섭하고 있지만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지 않나.”

“안전 관련 공무원들과 함께할 것”

- 공무원노조법 5조는 노동조합 설립 최소 단위를 행정부로 두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속한 소방청은 행정안전부에 속한 청 단위이기 때문에 전국단위 공무원노조 소속이 아닌 독자 노조를 만들 수 없다. 이를 근거로 노조설립 최소단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전국단위 행정부 노조다. 규약에도 행정부 국가공무원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혀 놨다. 노조 명칭이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다. 처음에는 소방공무원을 위주로 활동하겠지만, 이후로는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공무원들을 받을 계획이다. 소방만 고집하지 않고 이들에게도 가입범위를 열어둔 것이다. 소방 일을 해 보면 화재출동할 때는 경찰도 나오고, 동사무소·면사무소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와도 소통할 일이 생긴다. 이들이 모두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한다.”

- 장기적인 조직확대 계획은.
“노조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일단은 공무원연맹이라는 울타리에서 많이 배워 나갈 것이다. 교대제 근무체계를 변경하고, 소방청 인력도 확충해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데에도 기여하겠다. 궁극적으로는 대부분 사건 현장으로 함께 출동하는 경찰까지도 포용해 경찰과 소방공무원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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