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주최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 이선호씨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 자리에서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적어도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아닌, (사업주가) 최소한 징역형을 받아야 해요. 그렇게 법이 정해지면, 그 사업주는 다음날 자기 회사 안전관리요원이 되지 않겠어요?”

지난달 경기도 평택항에서 업무 중 재해로 숨진 이선호씨의 장례가 28일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정의당이 주최한 간담회 내내 탈법·위법 속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선도 촉구했다.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정의당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와 친구 김벼리씨가 참여했다. 정의당에서는 여영국 대표와 송치용 부대표,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재훈씨는 “이제는 알려야 겠다”며 “어쨌든 내 자식은 죽었고, 다시는 살아올 수 없는데, 우리 아이 죽음으로 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원청·하청 간 더러운 먹이사슬, 일용직이라고 마음대로 부리고 임금마저 착취하는 이 비열한 기업을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 여론에 떠밀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다 보니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며 강력한 사업주 처벌 내용을 담은 법안을 요구했다.

흔들림 없이 발언을 이어 가던 이씨는 김벼리씨 발언에 이내 고개를 숙였다. 김벼리씨는 “다정하고 착했던 선호,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 주겠다고, 친구들 맛있는 것 사 주겠다고 평택항으로 떠나간 친구가 왜 죽어 돌아와야 했는지, 왜 제 친구 선호가 죽어야 하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훈씨는 자리를 떠나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여영국 대표는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원청의 대표이사가 크게 부담이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노동자의 안전문제가 원청과 경영책임자에게 리스크가 돼야 김용균·이한빛·이선호 같은 청년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는 지난달 22일 300킬로그램에 달하는 컨테이너 벽면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고인은 컨테이너 위에서 나무 잔해를 줍던 중이었고, 그에게 위험을 알릴 안전관리요원은 자리에 없었다.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5대 항만과 고인에게 일을 시킨 ㈜동방을 비롯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감독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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