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칼럼(2021년 4월8일자 ‘중대재해 예방 지름길은 올바른 재해조사’)에 이어서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김태구 외, 안전보건공단 연구용역)를 다시 보자. 이 연구는 재해조사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 외에도 중대재해에 관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가 ‘부분적으로는’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공개 대상’은 모든 중대재해가 아닌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에서 조사하고 있는 대형사고 중심”(1년에 약 30여건)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또 ‘공개 시기’는 “1심법원 판결 이후 30일 이내”라고 단서를 달았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아마도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수사 등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정보공개법 9조1항4호).

기본적으로는 동의되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공개 대상은 조사된 전체 사고에 관해, 그리고 조사된 내용 전부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도 안전보건공단이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사망사고 속보’나 ‘국내 재해사례’란에서 선정된 몇몇 사례에 관해서만 공개돼 있다. 그리고 요약된 내용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공단이 스스로 밝히듯이 “동종 시설의 자체점검 및 적정한 조치 실시, 근로자교육 자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공단이 애써서 조사한 전체 사건도 아닐뿐더러, 기술적 원인에 관한 분석도 간단히 요약돼 있을 뿐이다. 또는 간혹가다가 구조적인 원인을 짚은 보석 같은 보고서가 있더라도, 요약본에서 그 내용은 모두 삭제된다.

공개 시기도 문제다. 이 연구에서는 형사 1심법원 판결 후 30일 이내라고 하는데, 그 이유로 설명되는 것을 보면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책임소재가 정리된 이후”이므로 이때는 공개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해조사보고서가 ‘실체적 진실’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단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남긴 흔적일 따름이다. 그리고 재판이라는 사법절차를 거쳐서, 검찰과 피고인의 공방을 거쳐서 진실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조사와 수사가 끝난 상황에서, 재해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기관의 조사나 수사 업무를 방해할 여지는 없다.

검찰은 재해조사보고서 내용을 참조해 공소를 제기한다. 공소장(公訴狀)을 통해 검찰이 생각하는 범죄사실의 개요와 법 위반 혐의가 상세하게 공개된다. 공소장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내용의 공개를 전제로 한다. 형사재판은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재판의 공개는 피고인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또 피해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공소장의 근거자료인 재해조사보고서는, 적어도 공소제기와 동시에 공개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참고로 항공철도사고조사단의 보고서는 공소제기나 형사판결 시점과는 전혀 무관하게 ‘상시’ 공개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데, 현재 공단의 재해조사보고서 이상으로 상세하게 기술적·구조적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상시적으로, 신속하게, 전부 공개되는 것이다.

재해조사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제안한 이 연구에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를 검토한 이유는 이 연구에서 스스로 지적하듯이 “현행 공개방식으로는 전문가들이 분석·활용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보고서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조사내용이 어떠한지는 상시 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공개가 곧 정부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뜻하고, 이를 통해 행정의 개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 사건은 언론을 통해 재해 원인이 수십 차례 보도되기도 한다. 재해 원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재해조사보고서의 신속한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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