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롯데워터파크 모습.<김해시>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는 산재 사망사고 속보 게시판이 있다. 비슷한 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 사고 소식을 빠르게 전파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지난 12일 발생한 김해 롯데워터파크 사망사고가 13일 오전 산재 사망사고 속보란에 올라 왔다가 당일 오후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롯데월드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재벌 대기업의 산재은폐 압력에 공단이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7일 경남본부에 따르면 숨진 김아무개(36)씨는 사고 당일 오전 야외 파도풀장 바닥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청소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2013년부터 김해 롯데워터파크에서 인명구조와 현장 관리 업무를 한 김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낮 12시9분께 숨을 거뒀다.

김씨는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워터파크 청소의 달인’으로 소개될 정도로 수중작업에 남다른 실력을 보유했다. 고인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께부터 60분간 물 속에서 바닥 청소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사인을 분석 중이다.

공단은 사고 다음날인 13일 오전 사망사고 속보란에 기업명을 명시하지 않고 사고 장소·시간과 함께 “워터파크 수중 청소작업 중 익사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롯데월드측이 “경찰 수사 중인데 ‘익사’라는 표현이 단정적”이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조치를 요구했고, 공단은 이를 그대로 수용해 사망 소식을 아예 지워 버렸다.

“사업주 책임 회피 시도에 굴복”

경남본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본부·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17일 오후 경남 창원 공단 경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워터파크측이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망 원인을 노동자 산재가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죽음으로 치부하려는 것”이라며 “사업주 책임 회피 목적이 명확한데도 공단이 사측의 입장에 동조해 사망사고 속보를 삭제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망사고 속보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소규모 기업의 중대재해만 알려지고 대기업 사망사고는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 압력에 굴복한 공단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단측 관계자는 “담당자의 착오로 명확하지 않은 사망 원인이 단정적으로 게시됐고, 이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이날 오후 4시께 ‘익사’를 ‘사망’으로 수정해 사망사고 속보를 다시 게재했다.

“사고 현장 보여 달라”는 유족에
롯데측 “사전 약속 없어 못 보여줘”

롯데워터파크측은 이날 유족들의 “사고현장을 보고 싶다”는 요구를 거부해 업무관련성을 은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고인의 이모인 도아무개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식 잃은 부모가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사고 현장이라도 확인하겠다고 찾아갔지만 사측 관계자로부터 ‘사전에 연락하지 않고 찾아와 기분이 나빠 보여줄 수 없다’는 폭언만 들었다”며 “자식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유족 앞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괘씸하고 지금도 살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사전에 시간을 협의해 방문하기로 유족측과 논의가 됐는데 직원이 없는 이른 시간에 방문해 현장을 보여줄 수 없었을 뿐 (기분이 나빠 보여줄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은 한 사실이 없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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