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가 의료페기물을 치우고 있다. <자료사진 최나영 기자>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업무를 하다 폐렴으로 사망한 서울의료원 환경미화 노동자가 최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23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서울의료원에서 수술실과 병동에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지하로 운반해 분리·수거하고 멸균하는 업무를 한 청소노동자 심아무개씨의 사망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 2017년 6월부터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던 고인은 2019년 6월 조퇴한 뒤 자택에서 구토를 하고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다음날 숨졌다. 사망 원인은 클렙시엘라균 감염에 의한 폐렴이다.

고인의 유족은 직접사인이 폐렴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클렙시엘라균에 감염돼 급격히 호중구(백혈구)가 감소됐고 이로 인해 폐렴증상이 나타나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역업무 때 분리수거되지 않은 폐기물에서 비닐봉지를 선별해 분리하는 작업을 했고 목장갑만 끼고 제대로 분리작업이 되지 않은 쓰레기를 발로 밟고 헤쳐 작업을 하며 감염균에 노출됐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은 감염 위험 노출이 다른 일반 병원 환경에 비해 더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위험 부서에서 일차적으로 폐기물 용기에 담아 나온 것을 고인이 다룬 만큼 유해균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심씨가 평소 하루 1병의 소주를 마셨고 당뇨 등의 기저질환도 있었기 때문에 폐렴에 걸렸다고 항변했다

공단은 유족의 주장을 인정했다. 역학조사를 맡은 직업환경연구원은 “고인의 기저질환인 알코올성 간질환과 당뇨병이 기여했고 폐렴균이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일반 폐기물이나 의료계 폐기물 모두에서 폐렴간균이 검출되며 일반적인 폐기물 처리작업자들이 폐렴간균을 포함한 다양한 세균에 높은 농도로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심씨의 폐렴은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단 판정서에는 4월과 5월 각각 13일과 12일 연속근무를 해 과도한 노동을 한 사실도 적시됐다.

사건을 대리했던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누구나 클렙시엘라균을 지니고 있어 직접 감염임을 밝힐 순 없지만, 직접감염 사실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열악한 청소환경 때문에 병이 유발되고 균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정이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심씨 사망 당시 휴직자 1명, 병가자 2명인데도 업무 대체자가 없었고, 강제적인 연차 소진 지시로 실제 업무 인력이 부족하게 운영돼 근무 중 본인의 업무 외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구조적인 이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의료원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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