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고 차별 없는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노동 분야 국정과제의 임기 내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마지막 해에 내놓은 고용노동부 올해 업무보고에도 약속한 대책 여럿이 빠졌다. 국정과제 이행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일자리 창출·지키기’에 역량 집중할 듯

노동부는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일자리 기회 확대와 고용안전망 구축, 필수노동자·플랫폼 노동자 보호, 산업재해 감축 등을 목표로 제시한 올해 업무보고를 했다. 코로나19 고용충격에 대응하고 현행 노동관계법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업무보고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제시한 노동 분야 국정과제 중 실현하지 못한 세부공약 상당수는 업무보고에서 찾을 수 없다. 당시 정부는 6개 국정과제와 26개 세부 실천과제를 제시하며 일자리 질 개선과 이를 위해 산업구조·노동시장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사용사유 제한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고,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해고 구제절차 개선과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1년 미만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등을 약속했다.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이 중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대책은 차별시정 제도 개선뿐이다. 노동부는 “노동시장 내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차별시정 제도는 사용자가 비정규 노동자를 임금·노동조건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런데 차별시정 신청을 해도 동종 유사업무를 하는 비교 대상 정규직을 좁게 보기 때문에 차별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차별로 인정되더라도 보상이 크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얻는 이득은 없는데 차별시정을 신청한 개인이 공개돼 고용불안이 가중되는 위험은 컸다. 제도 실효성을 높이려면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조에 줘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된 까닭이다. 업무보고에는 비교 대상을 넓히겠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정부는 2017년 하반기부터 제도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계속 거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선안 초안을 만들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고 노사 의견을 수렴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 내부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보고 대책을 만들기로 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 관련 핵심 공약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8년에는 비정규직 정책 TF를 만들어 의욕 있게 논의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노동부 입장은 “전문가·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업무보고에는 빠졌지만 부당해고 구제절차 개선은 그나마 희망이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년·폐업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져도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정부는 국정과제 발표에서 제도개선 목표시점을 2022년으로 잡았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모든 정책을 업무보고에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며 “(구제절차 개선은) 명시하지 않았어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올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잠정 집계된 지난해 사고사망자는 882명인데 올해 700명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노동부의 이 같은 목표가 현실화해도 임기 내 사고 사망자를 절반 수준인 500명대로 줄인다는 국정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

30조5천억원 규모의 일자리사업 예산의 67%가량은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로 코로나19 고용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국민취업지원제도도 소폭 개선한다. 참여자 소득요건을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60%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난 2일 기준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자는 19만9천명이다.

박화진 노동부 차관은 “지난 4년간 일자리를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지원했다”며 “코로나19 상황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의 위기를 일자리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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