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코레일네트웍스·고객센터지부의 파업 사태 해결에 대통령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회사에 정년연장과 처우개선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14일로 65일이 흘렀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과 서재유 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조지현 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장, 황상길 서울지방본부방 등 네 명은 단식농성 5일째를 맞았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9명의 노동자가 해고되기 까지 무슨일이 있던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코레일네트웍스 파업 돌입 전후 과정을 살펴봤다.

“본 안건 통과되면
공공기관으로서 안 좋은 선례?”

코레일네트웍스 노사는 2019년 12월 “무기계약의 정년은 만 61세로 한다. 다만 역무직 및 주차직 정년은 만 62세로 한다”고 합의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와 2017년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정년이 5~10년으로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했다. 애초 민간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정년을 만 65세로 하고 정년 이후에도 촉탁직으로 70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

문제가 생긴 건 노사가 단체협약에 합의한 이후다. 회사는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코레일네트웍스 이사회는 지난해 3월12일 노사합의 이행을 위한 인사규정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사회가 들었던 이유는 정년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회사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검토되지 않은 점, 내규(인사규정) 충돌 사항으로 노조와 합의 전 이사회 합의·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판한다. 지부가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 의뢰해 ‘정년연장 현압합의서의 효력’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약 체결권을 제한할 이유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과 한국철도공사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원은 “정관 및 이사회 운영규정 등은 법률이 아니라 노사관계 일방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의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며 “노사 대표자가 유효하게 체결한 단체협약의 대외적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예산편성을 수반하는 인사·보수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이사회 의견 또는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40조·51조를 적용받지 않는다.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회사는 내부 규칙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합의로 개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취업규칙으로 단체협약 효력이 우선한다”며 “단체협약에 따라 개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사규정을 부결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사회적 합의, 정부 지침 등이 없고 2019년도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본 안건이 통과된다면 공공기관으로서 안 좋은 선례로 보일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침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고령자 근무 직종에 대해 기관 별도의 정년(예: 65세)을 설정하는 방안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도록 했다.

“노사갈등 장기화하는데 손 놓은 노동부”

정년연장 합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져 오는 동안 관련 행정관청은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부는 지난해 3월 단체협약 위반·휴업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진정을 넣었고, 같은해 7월 서울서부지청은 “합의서를 미이행한 결과 수개월 동안 해당 근로자들에게 임금이나 수당 등이 전혀 지급되지 않아 생계에 위협을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며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귀하가 책임감을 가지고 조속히 해결하고 그 결과를 같은달 29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지청은 “행정지도 이행 여부에 따라 관련 법 규정 범위 내에서 형사처벌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지도 후 회사는 서울서부지청에 이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까지 형사처벌 같은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는 “현재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벌 대상자가 대표이사인데, 처벌을 하려면 합의 미이행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미이행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여 처벌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행정지도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지연 변호사는 “지청은 행정지도 이후 반년 동안 회사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별도의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부당해고와 단체협약 미이행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검토할 수 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민사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 주장과 관련해 코레일네트웍스쪽에 관련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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