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산업노련

국내 최대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하청업체 서해인사이트가 2월 말 회사를 청산·폐업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속 노동자 200여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8년 가까이 이 업체에서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든 지 두 달도 안 돼 쫓겨날 신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1개 사내협력사 업무를 5개 협력사에 넘기면서 하청노동자가 대거 해고 위기에 빠졌던 성암산업 사태의 닮은꼴이다.

13일 식품산업노련에 따르면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들은 지난 8일 회사에서 “2월 말일부로 법인 청산·폐업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노동자들은 전국 호프집에서 하이트 생맥주기계 설치·유지·보수·관리업무를 한다. 서해인사이트는 2013년 3월부터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 노동자들이 받은 문자에는 “회사 내부 경영 사정으로 인해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와의 위탁도급사업을 더이상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측에 이미 계약만료일인 2020년 12월31일부로 사업 수행을 종료함을 통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해인사이트의 사업 종료 통보를 근거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6일부터 3개 수탁업체를 선정하는 내용의 입찰공고를 냈다. 서해인사이트노조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해당 업무를 3개 업체로 쪼개 입찰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서해인사이트측은 “당사는 더 이상 사업 계획이 없기 때문에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직접고용 방식으로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1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상대책 투쟁위원회’를 출범하고, 원청 직접고용 투쟁 돌입과 투쟁기금 조성 안건을 의결했다.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 집회신고도 했다. 노조는 “투쟁 준비를 마치면 노숙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노조는 하이트진로에 “입찰공고를 즉각 중단하고,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공문을 보내며 면담을 요구했다.

연맹은 “하이트 생맥주 서비스 노동자들은 과거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에 직접고용된 노동자였다가 도급사 노동자로 전락한 만큼 이제 원래 회사인 하이트진로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주류업계 선두기업인 하이트진로가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생존권 사수·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다음달 업체는 폐업을 결정했는데, 일종의 노조탄압”이라며 “업체를 3개로 쪼개 입찰공고를 낸 것도 노조를 와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하청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지난해 12월31일 용역업체 계약이 만료되면서 직장을 잃었다. 성암산업은 지난해 6월 업무를 포스코에 반납해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처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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