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인사이트노조

국내 주류업체 하이트진로 하청업체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들이 이달 말 업체 폐업을 앞두고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로 업무를 수탁한 하청업체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자들은 “노조 조합원들을 거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생맥주기계 설치·유지·보수·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23일 식품산업노련과 서해인사이트노조(위원장 함경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 폐업 뒤 해당 업무를 수탁할 새 업체로 제일에스피㈜를 최근 선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초 하이트진로는 수탁업체를 3개로 쪼개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1개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제일에스피는 다음달 1일 업무 시작을 앞두고 최근 공개채용을 공지했다.

노조 관계자는 “오늘 공개채용 접수 마감일”이라며 “얼마 전에도 공개채용 접수를 1차로 마감했는데 기존 직원들이 접수를 거의 하지 않아서인지 2차로 접수를 진행했더라”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개채용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대부분은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채용절차를 거치는 것은 노조 조합원을 걸러 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노조는 서해인사이트가 폐업을 통지할 때부터 “노조설립이 부담스러웠던 탓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들이 지난해 10월30일 노조를 설립한 뒤 약 두 달 만인 지난 1월8일 업체가 “2월 말일부로 법인 폐업”을 통보하면서다. 하청회사 폐업 이유가 원청의 노조혐오 때문이라고 추정할 만한 정황도 공개했다.<본지 2021년 1월18일자 2면 ‘서해인사이트 폐업에 드리운 하이트진로 그림자’ 참조>

함경식 위원장은 “과거에도 하청업체가 바뀐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항상 다른 채용절차 없이 기존 직원들이 전원 고용승계됐다”며 “노조가 설립된 뒤 폐업 결정에 이어 별도의 채용절차까지 밟는다는 것은 노조를 와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서울 강남구 하이트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지금은 9명이 돌아가면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지만, 제일에스피가 끝까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함경식 위원장은 “20년 넘게 하이트 생맥주 서비스 업무를 해 온 사람도 적지 않은데 노조설립 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참담하다”며 “하이트진로측에서 변화된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일에스피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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