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사진 가운데)와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사진 왼쪽)·전종덕 사무총장 당선자가 지난 24일 오전 당선증을 받았다. <민주노총>

민주노총의 차기 위원장에 양경수 후보가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3년이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는 제1노총으로서 코로나19 시기 노동자들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거 후유증을 봉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와 관계설정은 물론 대선과 지방선거 같은 굵직한 정치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양경수호’ 출항은 노동운동과 노동정책·노정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
선거 후유증·내부갈등 해소 과제

기호 3번 양경수·윤택근·전종덕(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는 지난 17~23일 진행된 민주노총 임원선거 결선투표에서 28만7천413표를 득표해 당선했다. 유효투표자 대비 득표율은 55.68%다. 양 후보조와 맞대결한 기호 1번 김상구·박민숙·황병래 후보조는 22만8천786표(44.32%)를 얻는 데 그쳤다.

양경수 당선자는 민주노총 역사상 첫 비정규 노동자 출신 위원장 후보이자 당선자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위원장 대부분이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양 후보 당선이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비정규직 투쟁을 몸소이끈 양 당선자가 위원장이 되면서 비정규직 조직화나 연대투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만 44세로 젊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40대에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0년 당선된 김영훈 전 위원장뿐이다. 민주노총 상층부의 세대교체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신임 집행부 일차 과제로는 민주노총 내부 갈등 봉합·해소가 주로 꼽힌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전 집행부 시절 사회적 대화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직선제로 선출된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민주노총 내 정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양경수 당선자가 속한 전국회의와 적지 않게 갈등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노선을 함께했던 기호 1번 김상구 후보조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상구 후보조는 이번 선거에 대해 “정파 선거”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당선자가 전국회의 영향력이 큰 부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을 위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양 당선자는 기호 1번 황병래 사무총장 후보의 과거 이력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았다. 보수언론이 색깔공세로 악용한 측면이 강하지만,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가 조합원들에게 양 당선자 지지를 종용했다가 경고받은 것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양경수 당선자와 김상구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5 대 44’로 양 당선자가 완승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쪽에도 손을 먼저 내밀고 반대자의 우려와 걱정들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대화 제스처나 정책적 통합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경수 당선자는 단결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지도부를 구성할 때는 일정 정도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양 당선자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민주노총 토론회에서 “정부의 지배개입과 포섭전략에 맞서서 싸우겠다는 이들과는 손을 잡고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며 “지도부 구성 문제와 조직 내 단결을 실현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참여 사회적 대화, 3년간 사라지나

양경수 후보의 당선으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기조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투쟁을 강조하며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명환 전 위원장의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추진 행보와는 노선이 다르다.

양경수 당선자는 핵심 공약으로 전태일 3법 입법을 목표로 하는 내년 11월3일 총파업을 제시했다. 양 당선자는 “전태일 3법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통과되더라도) 민주노총이 요구한 전태일 3법의 모든 내용이 (그때까지) 다 담기진 않을 것 같다”며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총파업 투쟁을 통해 쟁취하겠다”고 말해 왔다.

총파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 펼쳐질 대선 국면에서 노동의제와 민주노총 요구가 반영·관철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신임 집행부는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총파업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의제와 시기를 결정해 1년간 총파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양 당선자는 지난 24일 당선소감에서 “이제 사상 처음으로 제1노총이 ‘준비된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동안의 관행과 제도·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 드린다”고 밝혔다.

양경수 당선자측은 “기존 총파업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파업을 하거나 몇 시간 파업하는 것도 총파업이라 했지만, 이번엔 실제 모든 단위가 파업을 해 전국적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쟁의를 계속하는 ‘준비된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는 향후 민주노총 행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난 23일 기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간부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민주노총이 방역 지침을 지켜 진행하는 소규모 기자회견이나 농성마저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논란 뒤 멀어진 대정부 관계가 향후 3년간 더 유지된다는 의미다. 양경수 당선자는 지난달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집권 말기여서 새로 관계 설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며 “별로 기대하는 것도 없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 설정을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산별노조 조합원은 “코로나19 시기에 노정관계가 악화하면 할수록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고용·사회안전망을 구성하기 위한 대정부 교섭, 사회적 교섭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단결, 한국노총과 적극 연대”

양경수 신임 집행부가 다가오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양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민주노총당을 만들거나 진보정당을 통합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 총파업을 비롯한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투쟁에서 함께하지 못하거나 노동 중심성이 흔들리는 진보정당엔 반대·비판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 단결을 실현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정치방침이 또다른 민주노총 내홍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양 당선자는 “임기 내에는 배타적 지지방침 확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신임집행부와 한국노총 관계도 주목된다. 양경수 당선자는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김상구 후보와 함께 한국노총과의 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양 당선자는 지난달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전체 의제를 만들어 가는 데에 한국노총의 협력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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