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법원이 경영상 해고된 노동자의 우선 재고용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처음으로 임금청구권을 인정했다. 우선 재고용의무는 근기법 25조에 따라 정리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 해당 업무에 신규채용을 할 때는 당시 업무를 했던 해고자가 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도입 당시에는 노력 의무였으나 2007년 강행규정으로 강화됐다. 이번 판결은 2007년 법 개정 이후 우선 재고용권을 사법상 청구권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26일 정리해고자 A씨가 사회복지법인 은광복지재단을 상대로 낸 우선 재고용의무 위반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은광원에서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던 A씨는 2010년 같이 일하던 교사와 함께 정리해고됐다. 은광원은 이후 3년간 10여차례 교사를 채용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2013년 재단에 재고용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우선 재고용의무 발생 시점이다. 근기법 25조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이라는 조문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청구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심은 A씨가 재단에 재고용 의사를 전달한 이후인 2013년 11월 신규채용 시점부터 의무가 발생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재단이 A씨가 담당한 생활부 업무 담당 교사를 채용할 때부터 해고자에게 채용 사실과 채용 조건을 고지해 고용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2011년 11월부터 재단에 재고용 의무가 발생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고 노동자에게 고용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를 채용한 것은 근기법 25조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선 재고용의무 발생시부터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임금을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를 변호한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정리해고자 우선 재고용의무가 사법상 청구권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특히 사용자가 해고자의 업무에 신규채용 당시부터 이를 고지하고 적극적으로 재고용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절차를 분명히 하고, 실질적으로 재고용을 보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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